밤새 내린 비가 그치고 하늘엔 회색 구름이 아름답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부니 저 구름들은 어디론가 흘러가고 하늘의 풍경 또한 달라지겠지요. 삶 또한 그와 같아서 풍경은 자꾸 달라지고 그것을 보는 눈 또한 어제와 다릅니다. 하늘의 변화가 우리의 악화를 막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삶, 죽음, 혁명에 대해 생각해보고, 로드 스튜워트(Rod Stewart)의 '세일링(Sailing)', 테너 엄정행 씨의 '나물 캐는 처녀',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 Mary)의 'Gone the Rainbow', 아다모(Adamo)의 '인샬라(Inch'Allah)' 등 좋은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3부는 비틀즈(The Beatles)의 'Revolution(혁명)'으로 시작했고, '고전 속으로'에서는 미국의 철학자이고 시인이며 자연주의자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시민의 불복종(Civil Disobedience)>'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시민의 저항>이라는 제목으로도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소로우는 숲 속 생활과 깨달음을 기록한 책 <월든(Walden)>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단순한 은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냉철한 비판의식을 가진 깨어 있는 시민으로 정부의 부당함과 부당한 법에 저항했습니다. 그는 혁명을 할 수 없다면 혹은 하고 싶지 않다면 '진화(evolution)'를 꾀해야 하고, 진화는 시민의식을 가진 개인들, 잘못된 법과 정부의 전횡에 대한 그들의 저항으로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전혀 통치하지 않는 정부가 최선의 정부' 라는 소로의 믿음은 그가 그 얘기를 하던 19세기에나 지금에나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이
나라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읽는 것'과 '고치는 것'은 별개이겠지만요.
'오늘의 노래'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Tears in Heaven(천국의 눈물)'이었습니다. 어제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되는 날... 클랩튼은 네 살 반 어린 아들이 사망한 후 윌 제닝스와 이 노래를 만들어 불렀습니다.
그는 이 노래가 자신을 치유했다고 했는데, 이 노래가 참척의 슬픔을 당한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들려드렸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나비'를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전곡 명단은 tbs 홈페이지 (tbs.seoul.kr)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나비
라일락 향기 속으로 문상을 갑니다.
노란 나비 흰 나비가 꽃잎처럼 팔랑입니다.
일흔을 앞두고 반고아가 된 선배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대개 큰 나무이고 큰 바위이니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당당한 사람은 당당하게 사느라 힘들고
비굴한 사람은 비굴하게 사느라 힘겨운 게
인생이라고 하지요.
선배가 아버님의 힘들었던 생애와
어렵게 얻은 자유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음은 이 세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편지입니다.
제 마지막 편지를 받는 사람들은 무어라고 할까요?
그 사람이 이제야 갔느냐고, 참 잘 됐다고 할까요?
꼭 필요한 사람인데 벌써 떠났느냐고, 안타깝다고 할까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저는 낡은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입은 기분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내내 행복하라고 축원하며
나비처럼 가볍게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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