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12월 12일, 소위 '1212사태'가 일어난 지 36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18년 동안 청와대 주인 노릇을 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긴 시간 목졸렸던 민주주의가 살아나려 할 때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소장이 노태우를 비롯한 소위 신군부세력을 이끌고 계엄사령관이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세력이 당시 과도정부의 수장인 최규하 대통령(崔圭夏)의 재가도 없이 휘하 부대 병력을 동원해 정 총장을 강제로 연행했고, 그 과정에서 유혈 충돌이 일어난 겁니다.
신군부 세력은 이 사건으로 군 내부의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1980년 5월 '서울의 봄'을 끝내고 새로운 권력자가 되어 광주민주화운동을 촉발시켰습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1212사태'가 없었다면 이 나라는 좀 더 빨리, 좀 더 질 높은 민주주주의 국가가 되었을 겁니다. 그때 민주화의 기회를 앗아간 전두환 소장은 나라에 지불해야 할 수천 억원의 추징금도 내지 않은 채 지금도 잘 살고 있습니다. 그의 부인 이순자 씨는 당시 부동산 투자(투기?)를 잘해 큰돈을 번 '큰손'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오늘 tbs '즐거운 산책(FM95.1MHz)'에서는 '큰손'에 대해 생각해보고, 동요 겨울나무, Edith Piaf의 'Hymne a
L'amour(사랑의 찬가)', 영화 '반지의 제왕'의 말미에 나왔던 노래인 Enya의 'May it be', 제가 기억하는 최고의
테너 Luciano Pavarotti의 'Che Gelida Manina (그대의 찬 손: 푸치니의 오페라 La Boheme에 나오는 아리아)' 등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사랑의 찬가'의 가사는 에디뜨 피아프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인 권투선수 마르셀 세르당(Marcel Cerdan)을 잃고 그에게 쓴 일종의 편지입니다. 세르당은 피아프를 만나러 오던 길,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오늘의 노래'는 Bob Dylan의 'Knockin' on Heaven's Door', 마지막 노래는 Cyndie Lauper의 'I'm gonna be
strong'이었습니다. '고전 속으로'에서는 황동규 시인의 '삼남에 내리는 눈'을 읽었는데, 시를 읽기 전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들었습니다. 그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녹두장군 전봉준을 떠올립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선도했던 전봉준은 시 '삼남에 내리는 눈'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 해가 가기 전에 그 시를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큰 손'을 옮겨둡니다.
큰손
오랜만에 만난 대학생 친구들이 제게
목도리와 장갑을 선물했습니다.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사왔을 걸 생각하니
보기만 해도 추위가 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목도리는 편한 마음으로 둘러 보였지만
장갑을 낄 때는 불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손이 절반쯤 들어가다 멈추었습니다.
제 손이 워낙 크다 보니 손가락 부분만 들어가고
손바닥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손 큰 것을 알고 있어서 놀라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자기네 손을 제 손에 대보고도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 문득
사채놀이나 주식 투자를 크게 하는 ‘큰손’들의 손은 정말로 클까,
손의 크기와 마음의 크기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저는 사채놀이도 주식 투자도 모르니 ‘큰손’이 되긴 틀렸고,
‘큰마음’이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손을 보고 놀란 친구들이
큰마음을 보고 한 번 더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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