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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150: 달, 달, 무슨 달... (2023년 2월 6일)

어젠 정월대보름. 달을 보러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나쁜 제 눈에도 밝고 둥근 달이 동쪽 하늘에 둥두렷했습니다. 제 손 좀 잡아주세요! 하고 외치면 잡아줄 듯 다정해 보였습니다. 달을 올려다보니 저절로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둥글긴커녕 비죽비죽 날카로운 성정, 어둠을 밝히긴커녕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는 아이 같은 노인... 달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거울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당신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빌었습니다. 빛을 내되 햇살처럼 날카롭지 않게 하소서. 어둠을 밝히되 스스로 너무 밝지 않게 하소서. 당신처럼... 차별하지 않게 하소서.

나의 이야기 2023.02.06 (2)

시, 그리고 '시시한 그림일기' (2023년 2월 3일)

이름 있는 병에 잡혀 3년 간 투병하느라 애쓴 제 아우 일러스트 포잇 (Illust-poet) 김수자 씨가 다시 현업에 복귀했습니다. (원래 남에게 제 아우를 얘기할 때는 '씨'라는 존칭을 붙이지 않는 게 옳지만 그도 이제 회갑이 지나 '씨'를 붙였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오랜만에 그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새 그림이 걸렸습니다. 투병하는 동안 '나의 아픔은 별것 아니라는 주문으로 엄살 부리지 않으려 애썼다.'는 그의 토로를 읽으니 머리가 다 빠지고 키가 줄어들 만큼 고통을 겪으면서도 의연했던 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자랑스러운 아우, 존경스러운 사람, 김수자 씨의 건강과 활약을 축원하며 그의 새 작품을 아래에 옮겨둡니다. 이르사 데일리워드(Yrsa Daley-Ward)의 시 아래 글은..

동행 2023.02.03 (3)

책상 위의 고양이 (2023년 1월 30일)

작년 가을쯤 고양이 한 마리가 제 책상 위 스탠드 아래에 자리 잡았습니다. 부드러운 흰 헝겊 피부, 검은 머리에 붙인 분홍 리본이 어여쁘지만 큰 눈의 눈썹이 위로 올라가고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제 게으름을 감시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새해 첫 달이 끝나가는 오늘에야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엘리엇으로 지었습니다. 미국인으로 태어나 영국인으로 죽은 T.S. 엘리엇의 시 '고양이 이름 짓기 (The Naming of Cats)' 때문입니다. 영문까지 쓰려니 너무 길어 대충 번역해 올려둡니다. 고양이 이름 짓기 고양이 이름 짓기는 어려운 일이야 쉬는 날 재미로 할 일이 아니야 이렇게 말하면 내가 미쳤다고 할지 모르지만 고양이에겐 세 개의 이름이 필요해 우선 가족..

오늘의 문장 2023.01.3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