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864

노년일기 168: 나의 전생 (2023년 5월 28일)

어제부터 내리는 비가 전생을 불러냅니다. 적어도 두어 번의 생生에서 저는 비였습니다. 적어도 두어 번의 생에서는 목마른 풀이었습니다. 적어도 두어 번의 생에선 젖은 풀 사이를 킁킁대는 떠돌이 개였고, 적어도 두어 번은 젖은 잎새에 매달린 무당벌레였습니다. 그러니 비가 오래 못 본 친구처럼 반갑고 남들이 잡초라 하는 풀들이 제 눈엔 그리 아름다운 거겠지요. 그러니 남의 손에 이끌리는 개들과 풀잎 위 위태로운 무당벌레 모두 그리도 애틋하겠지요. 사람으로 산 적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아메리칸 인디언으로 살 때 새긴 작은 브이 (V)자가 지금도 제 이마엔 남아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으로 살았기에 파스타를 여러 끼 먹어도 물리지 않습니다. 중국, 프랑스, 일본, 영국, 독일, 인도, 쿠바, 베트남, 남아프리카,..

나의 이야기 2023.05.28 (1)

노년일기 167: 나의 노래 2 (2023년 5월 26일)

지난 5월 20일 이 블로그에 월트 위트먼의 시 'Song of Myself' 일부를 '나의 노래 1'이라는 제 목으로 소개했습니다. 이 글은 그 글의 속편입니다. 제가 자꾸 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시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게 도와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소음에 시달린 귀, 쓸데없는 것들을 보느라 지친 눈, 불필요한 말을 하느라 피로한 입, 무엇보다 세상을 떠돌면 떠돌수록 외로운 마음을 위로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2: I think I could turn and live with animals, they are so placid and self-contain'd, They do not sweat and whine about their condition, They do not..

오늘의 문장 2023.05.26 (1)

4425일 만에 다시 만난 눈먼 소년 (2023년 5월 24일)

2011년 4월 9일에 이 블로그에 썼던 글을 우연히 다시 읽었습니다. 예산에서 사과를 키우시던 김광호 선생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선생님이 연세 드시며 사과 농원을 그만두시면서 제가 사과 향기 맡는 일과 선생님과 연락하는 일이 줄었지만 저는 여전히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선생님은 주한 미국대사관 도서관장으로 일하신 후 은퇴하셨고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글들 중엔 영어로 된 것이 많았는데, 그때 받은 영어 원문과 제가 축약 번역한 것을 함께 게재한 것입니다. 4425일 만에 다시 만난 글, 선생님을 뵈온 것처럼 반가워 여기 다시 옮겨둡니다. 선생님, 안녕하시온지요? 눈 먼 소년 하나가 건물 계단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저는 맹인입니다. 부디 도와주셔요"라고 쓰인 피켓이 있고 발치엔 모자가 놓여 있었..

오늘의 문장 2023.05.2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