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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꾸, 다꾸러, 별다꾸 (2025년 12월 23일)

산책길에 단골 북카페 부근에 이르렀을 때 평소엔한적하던 곳에 젊은 여성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걸보았습니다. 건물의 1층에 볼 일이 있어 온 사람들같은데 표정을 보니 나쁜 일이 일어난 것 같진 않았습니다. 카페에 가니 아까 웅성거리던 여성들과 비슷한 분위기의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데, 다행히제가 늘 앉던 구석자리는 비어 있었습니다.그 손님들은 대개 혼자 와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 아까사람들이 웅성거리던 곳에 이르니 그때 그 여성들이거나 그들과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서 있었습니다. 건물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그들이 '다꾸'용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서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회비 12,000원을 내고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스티커,마스킹..

동행 11:48:51

비에도 지지 않고 (2025년 12월 21일)

엊그제 자유칼럼에서 보내준 임종건 선배의 '드라이 펜' 칼럼의 제목은 '총리의 문학 강좌'였습니다. 어느 나라 총리이기에 문학 강좌를 하는 걸까 궁금해 읽어 보니 이명박 정부 시절의 김황식 총리였습니다. 김 전 총리는 언론인 모임 관훈클럽의 영시 공부 모임에서 최초로 일본 문학에 대해 강연했는데, 강연은 그의 저서 이야기>에서 다룬 시인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 雨ニモマケズ)'를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가난에 시달리다 37세에 요절한 시인의 이 시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출간되어 그를 '국민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그의 장편 동화 '은하철도의 밤'은 훗날 유명한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게 임종건 선배의 말씀입니다. 이 아..

오늘의 문장 2025.12.21

'신의 아그네스' 윤석화 씨 별세 (2025년 12월 19일)

한 사람이 이룬 것과 그 사람의 죽음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아직 이룰 능력이 많은 사람이라도 이미 이룬 것이 많으면 죽음이 찾아오는 걸까요? 걸출한 사람이 죽음에게 갈 때는 늘 아깝다는 생각이듭니다.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좀 더 머물며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 좋을 텐데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배우 윤석화 씨가 오늘 아침 이승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그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는 제 세대 사람 중 가장 스타성 있는 인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을 삶으로 증명해 보인 사람입니다. 향년 69세... 일흔 혹은 70대라는 나이가 그 아름다운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아 그 문턱에서 떠난 것일까요?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그는 '신의 아그네스', '햄..

동행 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