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회피연아'와 한심한 정부 (2010년 3월 18일)

divicom 2010. 3. 18. 09:28

소위 ‘회피연아' 동영상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의 처사를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빈부격차는 벌어지고 흉악범죄는 늘어나는 삭막한 나날 중에 네티즌들이 ‘웃자고’ 한 행위를 두고 발끈하니 말입니다.

 

지난 8일 문화부가 해당 동영상을 제작, 유포한 네티즌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여 종로경찰서가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거나 퍼 나른 여섯 명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동영상을 올리거나 퍼 나르는 행위 모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저로선 농담한 사람에게 정색하고 화내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 2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가 한국선수단이 귀국했을 때,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의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며 포옹하려 하자 김 선수가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국방송이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문화부 누리집 게시판 ‘나도 한마디’엔 어제 오후 3시 현재 100여명의 누리꾼들이 유 문화부 장관의 처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실명으로만 글을 쓸 수 있는 그 게시판엔 평소 하루 5~10건 정도의 글만이 올라왔었다고 하는데, 혹시 이 누리꾼들도 고소를 당하는 건 아니겠지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인기를 누렸던 유 장관이 동영상을 보고 화를 내는 대신 ‘저도 한 때는 인기가 있었는데 이젠 인기가 없나 보네요’ 하는 식으로 웃어넘겼다면 ‘유 장관이 참 유머감각이 있네’하는 소릴 들었을 거고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수사도 시작되지 않았을 텐데, 참 한심합니다.

 

경찰이 네티즌들을 수사한다고 발표한 17일 신문엔 우리나라에서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의 발생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2007년 52만 2,084건이었던 발생건수가 2008년엔 54만 4,747건, 작년엔 59만 366건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범인검거율도 2007년엔 74퍼센트였으나 작년엔 82.2퍼센트까지 높아졌다고 합니다.

 

문화부를 비롯한 정부의 다른 부처들이 경찰만큼이라도 열심히 일했으면, 경찰이 본연의 임무에 진력할 수 있게 돕지는 못할망정 사소한 일로 경찰의 시간과 에너지를 뺏지는 말았으면,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