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애란의 한복 (2010년 3월 16일)

divicom 2010. 3. 16. 09:22

탈북 여성으론 처음으로 국내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이애란 교수가 3월 10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워싱턴 D.C. 소재)에서 ‘용기 있는 여성상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 Awards)’을 수상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여성의 권익과 양성 평등을 위해 헌신해온 열 명의 여성들 중 한 사람으로 선발된 것입니다. 시상식에는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와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등 여러 저명인사가 참석했다고 합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팔 년을 보낸 이 교수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했으며, 한국에 정착한 후에는 탈북자들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탈북자들의 삶과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한편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교수는 수상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과 어머니가 바로 서면 나라의 미래가 바로 서고, 여성이 행복해지면 가정과 세상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많은 여성들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길 기원합니다.

 

 

이 교수의 수상 소식을 알리는 대중매체엔 분홍 한복에 붉은 노리개를 단 그가 미셸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렸습니다. 그의 한복이 미셸의 보라색 투피스와 힐러리의 검은 정장 사이에서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한복은 언제부턴가 평상시에는 입지 않는 공식석상 의상이 되었지만 요즘은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입는 사람이 드뭅니다.

 

문화는 지키려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통 한복을 보려면 박물관으로 가야 할 겁니다. 그런 때가 오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프랑스에선 미국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방영할 때 영어 대사를 불어로 더빙하여 방영한다고 합니다. 자기 나라 언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세계화 바람이 불기 전까진 외국어 대사를 우리말로 더빙하여 방영했었습니다.

 

 

텔레비전의 파급 효과가 제일 크다고 할 수 있으니 우선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자들부터 한복을 입게 했으면 합니다. ‘소녀시대’나 'SS501' 같은 댄스그룹들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전통 트롯 가요를 부르는 가수들은 한복을 입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 텔레비전에 나와 전통가요(엔카)를 부르는 가수들은 전통 기모노를 입어야만 출연할 수 있었습니다.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의 전통가요 프로그램 ‘가요무대’부터 한복 출연 요구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개인이 마음대로 옷 입을 자유를 침해하는 거냐고 맞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하루 종일 한복을 입으라는 것도 아니고, 전통문화 보호 차원에서 전통가요 프로그램에서만 입으라는 것이니 크게 문제될 것 없을 겁니다. ‘가요무대’에서 한복입기가 자리를 잡으면 ‘열린 음악회’로 확대해도 좋을 겁니다.

 

 

벗은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무릇 누군가의 시선이나 마음을 오래 붙잡으려면 궁금증을 유발해야 하는데, 벗은 몸으로 궁금증을 일으키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복을 입으면 추운 날씨에 온 몸을 드러낸 사람들을 보는 괴로움과 미안함이 줄어들 겁니다. 한겨울에도 난방하지 못한 지하셋방에서 ‘열린 음악회’를 보는 시청자들이 있음을 생각하여 출연자들이 옷을, 가능하면 한복을 입고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 교수의 수상을 축하하며, 앞으로 더 많은 좋은 일이 그에게 일어나 그의 한복 차림을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