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단편을 묶은 책입니다. 그 책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몇 문장을 옮겨둡니다. 단편들을 모은 책이니 제가 적어둔 문장들도 각기 어떤 제목의 단편소설에서 나온 것이지만 제목은 적지 않고 문장과 페이지만 적어 놓았네요. 궁금하신 분은 책을 읽어 보실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이 단편선의 첫머리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아시다시피 로맹 가리는
<자기 앞의 생>으로 유명한 에밀 아자르와 같은 사람입니다.
* * *
p.43: 그녀는 너무도 눈부신 빛 속에서 부도덕한 그 무엇을 느꼈다. 그것은 지나친 노출과도 흡사했다. 열정과 감성이 더 이상 추위나 안개나 비의 다소곳한 베일을 쓰고 있지 않았다.
* 이 인용문에는 제가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쓰여 있습니다. 저는 여름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p. 190: 인간이란 아직도 前身에 지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완성된 존재가 되리라.
* 이 인용문에는 제 인생관이 담겨 있습니다. 언젠가는 완성되는 것, 그것이 제 목표입니다.
p. 221: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 이 인용문을 적은 후 그 아래에 "진정한 위대함은 비루한 영혼마저 감동시킨다"고 적어놓았네요. 이 문장이 '킬리만자로...'에 이어진 문장이긴 하되 몇 줄 건너 쓰인 것인 듯합니다. 책을 읽고 노트한 게 엊그제인데 이렇게 기억이 흐릿하니 한심합니다. "킬리만자로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는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문장이 세상을 보는 제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를 괴롭히거나 낙담시키는 일들... 우주적으로 보면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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