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29 재·보궐선거를 보며 한숨을 지었는데, 오늘 황경춘 선생님이 자유칼럼에 쓰신 글을 보니 그때 왜 한숨이 나왔었는지 납득이 갑니다. 집권 새누리당은 지난 선거에서 압승하여 콧대가 더 높아졌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심화된 내홍 속에 갈 길을 잃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유권자, 곧 국민에게 있습니다. 겨우 36퍼센트의 낮은 투표율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황경춘 선생님이 쓰신 글을 보면 아베의 강력한 우군이었던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패하여 정치를
그만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주민투표의 투표율은 기록적으로 높아 66.83퍼센트였다고 합니다.
4·29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지난해 7·30 재보선 투표율(32.9%)보다 높았고, 2000년 이후 총 15차례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선의 평균 투표율(34.2%)보다도 1.8퍼센트포인트 높았지만, 이런 투표율로는 '투표가 민주주의의
수단'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유권자 열 명 중 서너 명이 투표하고 그 서너 명 중 한두 명의 표를 받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니, 그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변한다는 건 우스운 일이지요. 아래 황경춘 선생님의 글을 옮겨둡니다. 이 글을 읽으며 '투표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내년 4월 총선거 때는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 | | | | 아베 총리에게 주는 하시모토 패배의 교훈 | 2015.0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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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젊은 정치 풍운아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이 선례 없는 정치도박인 주민투표에 패하여 정치를 그만둔다고 선언하여, 일본 정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安部晉三) 총리는 그의 정치 숙제인 개헌(改憲) 작업에 귀중한 우군(友軍)의 장수 한 사람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는 4년 전, ‘지금 일본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재. 독재라고 욕먹을 정도의 힘이다.’라고 발언할 정도의 패기 있게 밀어붙이는 독선 정치가로, 아베 총리에게는 ‘개헌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약속하며 아베의 안보 정책을 지지하였습니다.
현 ‘평화 헌법’을 자의(恣意)로 해석하여 일본 국외에서 자위대의 미군 작전지원을 가능케 한 아베 내각은, 본격적인 개헌 운동을 명년 여름 참의원 선거 이후에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공식으로 아무런 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하시모토의 퇴진으로 개헌 전략을 다시 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소리가 아베 총리 측근에서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국정에 참가하지 않는 하시모토이지만, 그의 ‘유신(維新)의 당’은 정원 475석의 중의원에서 40석, 242석의 참의원에서 11석을 가져, 민주당다음 가는 제2야당입니다. 하시모토의 주민투표 패배로 당 대표 자리를 내놓은 5선 의원 에다 겐지(江田憲司) 씨와 하시모토 시장이 빠지는 당의 원내세력 분산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돌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야당결집을 내걸고 유신당원의 적극 영입을 추진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다 씨 후임인 마쓰노 요리히사(松野久) 새 대표도 야당 재편성에 찬성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의 주민투표는 하시모토가 5년간 주장해 온 오사카 부(府)와 시(市)의 이중(二重)행정 구조를 경비 절감을 위해 일원화하여 새로 오사카 도(都)를 만들어, 도쿄(東京)다음 가는 일본 제2도시를 만든다는 안의 가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시 의회의 거의 모든 정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시모토의 ‘일본 유신의 회’만이 추진하는 이 안을 아베 여당 자민 중앙당은 경비 절감에 일리 있다고 공식 논평을 했습니다. 그러나, 오사카 시의회 자민 클럽은 시장 반대편에 서는, 보기 드문 양상의 선거전이었습니다.
정원 86명의 시의회는 하시모토 시장의 여당 ‘유신의 회’가 36석 (42%), 야당 계열의 자민과 공명이 각 19석, 공산당 9, 무소속 3으로 배분되어 있습니다. 기록적인 투표율 66.83%를 기록한 주민투표는 10,741 표차로 하시모토에 첫 선거 패배를 안겨주었습니다. 2008년 1월 54%의 득표율로 화려하게 정계에 등장한 하시모토에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하시모토 시장은 패배가 결정된 후 기자회견에서, 금년 말까지가 임기인 시장직을 마치고 모든 정치활동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많은 돌발 발언을 한 45세의 이 젊은 정치가가 본업이었던 변호사업과 방송 탤런트로 순순히 복귀할 것인가에 일본 정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본업인 하시모토는 노란 머리에 청바지 차림으로 인기 있는 TV 탤런트였던 7년 전, 38세의 젊은 나이로 오사카 부(府) 지사에 당선하고, 4년 뒤 이번에는 행정상으로 격이 아래인 시장 선거에 출마하여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어, 일본 정계 새 별로 등장했습니다. 시장 출마는 순전히 그의 도 구상(都 構想)을 추진하기 의한 편법이었습니다.
하시모토 본인은 국정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전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 한때 당을 같이 할 정도로 중앙 정계에도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독선적 정치철학과 고집을 이시하라도 끝내 수용할 수 없어 결별했습니다.
아베 내각을 전폭으로 지지하는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사설에서 ‘아베 정권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겠지. 하시모토 씨는, 안전보장 정책이나 헌법 개정 문제에서 총리와 뜻이 가깝고, 정권과의 협력을 중시해 왔다. 유신의 당이 금후 어떤 노선을 취하던간에, 책임 야당으로서 건설적인 정책 논쟁을 정권에 걸어오는 자세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의논 없는 독주의 종말’이라는 사설에서 ‘문제 제기의 능력은 발군(拔群)이었으나, 서로 이야기하여 해결하는 자세에 인색했다. 따지고 보면 그런 정치가가 아니었던가’라고 하시모토 시장을 평했습니다.
아사히의 천성인어(天聲人語) 칼럼은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글을 썼습니다.
“깜짝 놀랐다. 하시모토 시장은, 오사카 도 구상(都 構想)의 주민투표에 패배하여 말했다. ‘민주주의는 훌륭하다.’ 그의 심중을 추측할 수는 없지만, 그의 말 자체에는 찬의를 표하고 싶다. 문제는 민주주의의 내용이다. 같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하시모토 씨는 ‘때려 부순다’고 했다가 거꾸로 ‘때려 부서졌다’고 말했다. 언제나 다름없는 악독한 어법이다. 그의 수법이 ‘싸움하는 민주주의’라는 평을 받아 온 이유이기도 하지만, 시종 싸움만 해서는 피로해 버린다.
“시(是)나 비(非), 이자택일을 강요한다. 공격적인 말로 논적(論敵)을 철저하게 공격한다. 다수결로 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한다. 쟁점을 단순화하고, 그 대신 대립을 심각하게 만드는 정치다. 드디어 그 한계에 도달했다고나 할까. 민주주의는 확실히 좋은 제도이지만, 방법에 따라서는 크게 위험하기도 하다.
“민주적인 선거나 국민투표가, 결과적으로 독재자를 등장시킨 예가 역사상 적지 않게 있다. 독재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다수파의 전횡(專橫)에 빠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민주주의를 다루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것을 하시모토 씨 정치수법은 여실히 보여줬다. 브레이크가 없었다고나 할까. 속도감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감속하여 시간이 걸리게 하는 지혜도 정치에는 필요하다. 하시모토 씨는 자신을 원 포인트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그러나 우리가 뽑는 위정자가 언제나 원 포인트 구원투수로 끝날 보증은 없다. 하시모토 씨에게서 배울 교훈은, 오사카 사람들만의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 아베 내각이 결의한 안보관련 법안의 국회 심의가 곧 시작할 중요한 시점에서, 하시모토 시장의 주민투표 패배에서 아베 총리가 어떠한 교훈을 배울 것인지, 일본의 유권자나 언론은 물론 온 세계의 눈이 주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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