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연말정산과 관련한 글을 '오늘의 문장' 난에 올렸지만 한겨레신문에 이 문제를 다룬 좋은 글이 실렸기에 여기 옮겨둡니다. 김소연 기자가 '현장에서'라는 칼럼에 쓴 기사입니다. '월급쟁이'들이 '세금 폭탄'을 맞았다며 불만을 터뜨릴 때 낮은 목소리로 문제의 배경을 짚어내며 다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김소연 기자 같은 기자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아래는 김 기자의 글 전문입니다.
연말정산, 13월의 세금 폭탄? ... 오해와 진실
2013년 8월 정부가 제출하고 여야가 통과시켜 지난해부터 적용된 개정 세법은 정말 잘못된 것일까? 개정 세법의 주요 내용은 의료비·교육비·기부금 등 그동안 소득공제를 해주던 것을 대거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이다. 아울러 근로소득공제도 소득에 따라 5~80% 하던 것을 2~70%로 축소하고, 소득세 최고세율(38%) 구간이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내려갔다. 사실상 증세를 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점이다. 소득공제는 소득에서 해당 공제액만큼 빼주는 것으로, 예를 들어 연봉 1000만원인 사람에게 1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 900만원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매긴다는 뜻이다. 같은 소득공제 100만원이라도 소득세 최저세율(6%)을 적용받는 사람은 세금이 6만원 줄지만, 최고세율(38%)을 적용받는 고액연봉자들은 38만원이 줄기 때문에 소득공제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세액공제는 세금이 결정된 뒤 공제해주는 제도로, 세액공제 10만원의 경우 소득이 1000만원이든 1억원이든 세금 절감 액수는 10만원으로 같다.
소득공제 제도는 세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이 더 커 조세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악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로 꼽혀왔다. 많은 조세전문가들이 ‘소득공제 → 세액공제’ 전환을 주장해온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14년 소득세제 개편의 영향에 대해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계층별 소득세 부담률을 계산한 결과 “연소득 6000만원(상위 10%) 이상에서 증세, 그 미만에서는 감세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이 지니계수 하락(소득불평등 개선)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세부담 분석 결과도 이와 비슷해 근로소득 5500만~7000만원은 연평균 2만~3만원, 상위 10%(110만명)인 7000만원 이상에서 세금이 평균 134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세법 개정은 사실상 ‘고소득자 증세’에 가깝다는 얘기가 된다.
개별 납세자들의 불만은 일면 이해할 수 있다. 연소득 7000만~8000만원 가구를 고소득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항변이 나올 수도 있다. 복지가 취약한 속에서 주택, 의료, 교육비 지출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5500만원 이하 직장인들 중에서도 세금이 꽤 늘었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소득세 증세의 대상을 너무 넓힌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정부의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폭 깎은 법인세 인상부터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타당하다.하지만 중산층과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한 소득세 인상도 피하기 어려운 과제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6~38% 세율로 부유한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적게 내는 누진적 성격이 강해 소득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세목이다. 세수 규모도 커서 세금을 제대로 걷는다면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소득공제 규모가 큰데다 고소득층에 혜택이 더 몰리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세금을 너무 많이 깎아주다 보니 근로소득세의 실효세율(소득 대비 실제 세금을 내는 비율)은 총급여 대비 4.2%가량으로 낮다.
우리나라 소득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눈앞의 연말정산 환급액에 화가 나더라도, 모든 걸 원점으로 돌리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세제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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