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잘 죽기 위한 준비(2015년 1월 13일)

divicom 2015. 1. 13. 09:36

어제 참으로 고마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잘 죽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알려 주는 기사였습니다. 기사의 주인공은 호흡기 질환 전문의로 활동하신 김건열(82) 전 서울대 의대 교수입니다. '잘 죽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필요한 생명 연장인데 김 선생님은 바로 그것을 막기 위해 '사전의료지시서'를 미리 써두라고 조언합니다. 본인은 이미 그것을 써서 변호사의 공증을 받아 자신의 영정 사진에 끼워 두셨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죽음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죽음에 관해 얘기만 해도 죽는 것처럼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나이 들어가며 자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종교의 신자가 되는 사람도 흔합니다. 그러나 죽음은 삶의 끝입니다. 아무도 피할 수 없습니다. 인류가 존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태어남과 함께 죽음이 있었습니다. 태어나는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 태어남과 함께 죽음이 시작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김건열 선생님이 작성하신 '사전의료지시서'에는 여섯 가지 요구 사항이 인쇄돼 있다고 합니다. 그 요구 사항은 보통 사람들이 죽을 때가 되어 병원에 실려 가면 주로 겪는 과정을 겪지 않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김 선생님이 이 서류를 준비한 건 십년 전 안과 의사였던 부인 이옥희(81) 선생님이 뇌출혈로 중풍에 시달리면서라고 합니다. 두 분이 함께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를 고민한 끝에 유언장과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지요. 


김 선생님, 이 선생님, 두 분 덕에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고 죽음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두 분께 깊이 감사하며 아래에 지시서 내용을 요약해 싣습니다. 기사 전문은 어제 한겨레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3061.html


1. 의식이 없어진 상태에서 기도 삽관이나 기관지 절개술, 인공기계호흡을 시행하지 말라.

2. 항암 화학요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있더라도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하지 말라. 

    항암 화학요법의 효과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내 연령 때문임을 이해해달라.

3. 인공영양법, 혈액투석, 더 침습적인 치료술을 하지 말라. 보호자가 보기에 의식이 없어도 환자의 촉각과 청각이 어느 정도 남이 있어 고통을 느끼지만 다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4. 탈수를 막고 혈압 유지를 위한 수액요법과 통증 관리와 생리기능 유지를 위한 완화요법은 희망하나

    임종 때 혈압상승제나 심장소생술을 하지 말라.

5. 여기에 기술되지 않은 부분은 '임종환자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료윤리지침'에 따라 결정하고

    의료진과 법의 집행관은 환자로서의 내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주길 바란다.

6. 이 사전의료지시서가 누구에 의해서도 변형되지 않길 원하며 법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가족에게 위임 발표     한다. *본인, 가족증인, 공증인의 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