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제 아버지와 죽음에 대해 얘기하다가 아버지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천당과 지옥이 있다면 나는 지옥에 가겠다.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산 나 같은 사람들은 지옥에 가고 이 세상에서 힘겹게 산 사람들은 천당에 가야 공평한 것 아니냐. 여기서도 편하게 산 사람이 죽어서도 천당에 간다면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니냐?'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아버지는 열두 살에 부친을 잃고 어머니를 부양하며 온갖 고생 끝에 자수성가한 분입니다. 극심한 가난 탓에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 중퇴했으나 스스로를 교육하고 연마하여 아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출퇴근을 하십니다. 고난으로 점철된 아버지의 일생을 아는 저로서는 '지옥에 가겠다'는 말씀이 참으로 놀라웠지만 그 말씀이 진심임을 아는지라 따라 웃고 말았습니다.
오늘 한겨레신문에서 법륜 스님이 비슷한 말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몇 년 전 스님이 집 근처에서 '즉문즉설'을 한다기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을 시험하고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지만 그 사람이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칠 때는 예외입니다. 유명한 법륜 스님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두 시간은 좋이 진행된 '즉문즉설'을 보고 참여하며 내린 결론은 '법륜 스님은 진짜'라는 겁니다. 원효대사나 사명대사에 버금가는 수행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사회에 차고 넘치는 사이비 목회자들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아래에 한겨레신문 기사의 일부를 옮겨둡니다. 말없음표(...)는 기사가 잘렸음을 뜻합니다.
기사 전문은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672383.html?_fr=sr21에서 볼 수 있습니다.
법륜 스님 “지옥 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법륜 스님이 전하는 ‘행복론’법륜 스님은 분신하는 손오공 같다. 책을 통해, 팟캐스트를 통해, 국내에서, 해외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법륜 스님이 최근 펴낸 <지금 여기 깨어있기>(정토출판 펴냄)는 수행 수도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정토회가 자체 출판했는데도 출간 즉시 온라인서점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법륜 스님이 외국 강연을 마치고 귀국했다. 국내 시·군·구 300곳을 빠짐없이 돌며 강연한 데 이어 지난해 8월25일부터 12월18일까지 115일 동안 세계 115개 도시를 찾은 초강행군이었다.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권으로 이어진 이번 강연은 해외 교민사회에 일대 바람을 일으켰다... 외국 강연을 마치고 돌아온 법륜 스님을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만났다...나만 천당 극락에 가려는 이기적 행복 추구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덕만 보려는 중생의 삶에서 덕을 베푸는 보살의 삶으로 바뀔 때 삶의 보람과 자긍심 생겨 행복스님이 가는 곳마다 삶에 대한 좌절과 스트레스와 불안, 가족과 직장과 이웃을 통해 상처 입은 영혼들의 신음이 줄을 이었다. 지난달 15일 도쿄 신주쿠에선 ‘1년 전 착실한 외아들을 갑작스럽게 과로사로 잃은’ 한 동포 여성이 ‘수면제와 술로 날을 보내며 자살만 생각한다’는 아픔을 토해냈다. 그 어머니에게 스님은 “아들의 영혼이 있어서 지금 엄마를 본다면 좋아할까, 괴로워할까?” 문답을 통해 무엇이 진정으로 자식을 위한 길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한 뒤 “1, 2만원밖에 안 되는 제 시계도 차고 다니다 잃어버리면 아쉬운데, 내가 낳아서 내가 키운 아들을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가슴 아프겠냐”며 “그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착한 아들이 원하는 것은 어머니의 불행과 자살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18일 교토에선 교토대학 박사과정이라는 한 여성이 “결혼한 지 9년이 되도록 부부 둘 다 이상이
없다는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며 “제 잘못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울먹이며 아픔을 고백했다. 그러자 스님은 위로하기보다는 “왜 자기 책임으로
돌려 죄책감에 기가 죽어야 하느냐?”며 “옛날에는 여자를 아기를 낳는 하나의 도구처럼 생각해서 아기를 못 낳으면 쫓겨나기 때문에 아기 낳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여성도 자기의 일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시대인데 왜 꼭 아기를 낳아야만 하는가?”라고 물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아기가 꼭 필요하면, 이 세상엔 아기를 낳아 놓고도 못 키워서 버려진 아이들도 엄청나게 많으니
입양을 해서 키워도 되는데, 그래도 내 아기를 꼭 갖고 싶다면 인공수정을 해도 된다. 세상엔 자식이 있어도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자기는 아기는 없어도 남편은 있잖은가. 나는 아기도 아내도 없다. 자기가 나보다 낫잖은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줄
수 있어야 한다.” 법륜 스님은 강연이 아니라 즉문즉설을 한다. 현장에서 질문자의 고민을 두고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대화는 질문자의 문제에 집중된다. 부부라 하더라도 남편이 질문하면 아내의 문제를 보지 말고 자신의 문제를 보고 생각을 변화시키게 하고, 아내가 질문하면 반대로 남편의 문제를 보지 말고 자신의 문제에 직면케 한다. 그래서 사안을 보는 관점을 변화시킴으로써 좀더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져서 주체적 삶을 이끌게 하는 것이다... 또 사회참여를 둘러싸고 그는 말보다는 행동파다. 새해 첫날도 쌍용차 굴뚝 농성장과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으로 시작했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무려 140만명의 국민서명을 받아 유족들에게 전달한 것도 그가 이끄는 정토회였다. 그는 또 해외강연에 이어 올해는 북한의 모든 시·군·구를 방문해 옥수수 100톤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남북 당국에 제안해 놓았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은 채 봉사에 나선 법륜 스님의 삶은 늘 상상 이상이다. 세상 사람들은 천당 극락행을
원하지만, 그는 지옥행을 자처한다. 그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구호를 외친 분들에게 반발하지 말고 “‘지옥 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통받는 이들이 많아서 도움이 필요해 보람있는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지옥에 안 가고 어디를 가겠느냐는 것이다. 지옥
중생이 한명도 남지 않는 마지막까지 지옥에 있겠다고 서원한 지장보살처럼 우리도 지옥을 가야 지옥을 없앨 수 있다는 그의 논리는 이기적 행복론과는
전혀 다른 ‘법륜식 행복론’이다. “사람들의 행복론은 90%가 복을 받고, 도움을 받는, 즉 내가 받는 쪽에 치우쳐 있다. 그러면 더 잘살게
되어도 늘 걸신들린 듯 껄떡대는 정신적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에게 덕만 보려고 하지 주체적으로 베풀지 못하면 행복해질 수 없다. 내가
좋은 집, 좋은 직장, 좋은 나라,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려고 나서지 않고 덕을 보려고만 해서는 운 좋게 일시적 행복을 누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가능한 행복을 만들 수 없다. 진정으로 기쁨과 행복을 느끼려면 삶의 보람을 찾아야 한다. 힘들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보람이 있다면 힘들어도
기쁘고 행복하게 자식 키우고, 일을 하고, 봉사를 하는 것이다. 남에게 도움이 될 때 자기 존재에 대한 자긍심과 보람이 생겨 행복해진다. 그렇게
중생에서 보살로 삶이 전환되어야 삶과 행복의 주인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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