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낙태 천국 (2010년 2월 23일)

divicom 2010. 2. 23. 12:26

 

 

우리나라는 출산율 1.19로 세계에서 제일 심각한 저출산국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에 다닐 연령대인 학령인구가 최근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천만 명 아래로 떨어졌으며, 2000년 7퍼센트 정도였던 전체인구 대비 65세 인구 비율은 2022년쯤엔 배가될 거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2305년쯤이면 남녀 합해 5만 명 정도의 작은 나라가 될 거라는 예측입니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는 낙태 천국입니다. 임신중절로 희생되는 아기가 하루에 1,000명이나 되어 낙태되는 아기의 수가 태어나는 아기의 4~5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낙태를 금지하여 출산율을 높이자거나, 낙태를 시행하는 의사들을 처벌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접근법은 아기를 많이 낳는 가정에 지원금을 주어 출산을 독려하는 저출산 대책처럼 한계가 있습니다. 극소수의 부부들이 십여 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그 가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나, 다양한 유전인자의 발현을 통해 발전하는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낙태와 저출산 문제는 처벌과 지원금이라는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교육과 임신부에 대한 국가적 보호가 필요합니다. 교육은 물론 성교육입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는 방법과 낙태의 위험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교육입니다. 교육을 받았으나 원치 않는 임신이 되었을 때는 임신부의 의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아기를 낳을 것인지, 낳지 않을 것인지. 낳고 싶지 않은 여성에겐 그녀가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될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알려주고, 그래도 낙태를 선택한다면 위생적인 환경에서 시술을 받고 회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그녀가 다시 임신했을 때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게.

 

 

아기를 키울 상황은 아니지만 낳고 싶은 여성에겐 국가가 개입해야 합니다. 그녀가 마음 편하게 출산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낳은 아기를 키우고 싶은 사람은 키울 수 있게 해주고 키울 수 없는 사람은 국가가 키워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아이는 누가 낳든 우리 모두의 아이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미혼모가 아기를 낙태하는 대신 낳은 것을 치하하고, 미혼모라고 해서 정상적 삶이나 아기의 양육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퍼져야 합니다.

 

꿈같은 얘기라고요? 우리에겐 꿈같은 얘기이지만 이 꿈이 현실인 나라들이 적지 않습니다. 세계엔 190여 개의 나라가 있습니다. 그 중 경제력으로 상위 10퍼센트에 드는 우리나라가 유래 없는 저출산국가가 되고 낙태 천국이 된 건 무엇보다 낡은 생각 때문입니다. 나만 잘 살면, 우리 아이만 잘 되면... 하는 좁은 생각 때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잘 살고 우리 아이가 아무리 뛰어나도 나라가 사라지고 나면 근거도 정체도 없는 떠돌이가 됩니다. 생각을 바꾸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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