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황금을 찾아서

divicom 2010. 1. 26. 21:20

중국 북부 하라하테 산맥에서 금을 찾던 일곱 사람이 얼어죽었다고 합니다. 이미터 높이의 눈에 갇힌 채 함께 금을 찾아 헤매던 열여섯 명은 구조되었지만 금을 찾겠다는 꿈을 꾸던 일곱 사람은 꿈 속의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금을 찾아 부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신장과 티베트 등 산간 오지를 헤매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기온이 영하 사십오 도 이하로 떨어지지만 금을 향한 열정은 식지 않는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접하니 새삼 사람과 황금의 관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과 황금' 하면 제일 먼저 '황금뇌를 가진 사나이'가 떠오릅니다. '황금뇌를 가진 사나이'는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단편으로, 원래 제목은 '황금뇌'인데 번역과정에서 '황금뇌를 가진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도데가 1869년에 출간한 단편집 "Lettres de Mon Moulin (영어로 Letters from My Mill: 방앗간에서 온 편지)"에 실려 있습니다. 황금뇌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머리의 금을 떼어내며 인생을 탕진하다가 뇌 속이 텅 비어죽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 황금은 이야기 밖에선 무엇이나 될 수 있습니다. 재산, 재능, 건강, 에너지, 시간... 어쩌면 사랑조차 황금뇌처럼 바닥날 때가 있는 건지 모릅니다. 사람의 생애에도 시작과 끝이 있듯, 금을 찾아 떠낸 여행에도 시작과 끝이 있고,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합니다. 도데의 얘기속 황금뇌처럼 한계가 있는 것이지요. 한계가 없다면 선택의 고민도 없을 겁니다. 황금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사람처럼 자신이 가진 걸 마구 쓰다가 죽는 줄도 모르고 죽게 되겠지요.

 

다행히 우리 모두는 '한계'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혹은 무엇을 어디에 써야 할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도 그 한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처럼 자신을 낭비합니다. 예를 들면, 자신에게 있는 재능을 옳은 곳에 집중하는 대신 여기저기에 흩뿌리거나 자신에게 없는 재능을 찾아 헤매는 거지요.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황금뇌'나 '황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발견하고 꼭 써야할 곳에 쓰며 사는 건 본인에게도 주변에게도 축복입니다.  하라하테의 눈 속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도 이미 주어진 황금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어쩜 그것은 노랗게 빛나는 금의 형태가 아니고 젊음이거나 시간이거나 건강이었을지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산맥에 숨겨진 금을 찾으려는 열정, 그것이 그들의 '황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영하 사십도의 추위 속에서, 발끝부터 진군해오는 죽음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끝내 후회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열정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든 자신의 '황금'을 위해 최선을 기울인 사람들이 있었기에 인류가 이만큼의 진보나마 이룬 것일 테니까요. 머나먼 동토에서 목숨을 버린 사람들 덕에 제 '황금'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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