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tbs(FM95.1Mhz) '즐거운 산책'에서는 '사진'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곡 '수선화'와 '사공의 노래', Jefferson Airplane의 'Somebody to love' 등 여러 곡을 들었습니다. 요한 스트라우스 1세가 작곡한 라데츠키행진곡을 들으니 이른 아침인데도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고 싶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사진'을 옮겨둡니다.
사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쩌다 한 번은 사진 속 사람이 됩니다.
얼마 전에도 사진을 찍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근 십년 만에 찍은 사진 속 제 얼굴이 참 낯설었습니다.
곳곳에 주름인데, 웃을 때 왼쪽 눈꺼풀에 잡히는 주름이 제일 깊었습니다.
십년 전에 찍은 사진 속 얼굴만 보다가
십년어치만큼 늙은 얼굴을 보니 낯선 것이지요.
그렇지만, 제겐 낯선 사진 속 얼굴이
다른 사람들에겐 낯익은 제 얼굴일 겁니다.
늙긴 했지만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아
그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사진을 찍어 보니
십년에 한 번쯤은 사진을 찍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속 얼굴을 보면 제가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이 보이니까요.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모르겠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싶은 분들,
사진을 찍어 보세요.
‘얼굴이 지도’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물론 사진을 편집하는 건 금물입니다.
그러면 ‘사진이 사기’가 되고,
지나온 길, 가야할 길 모두 엉망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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