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 첫날인데 무엇에 관해 얘기하겠나?
A: 대통령 얘기를 하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외국 방문 중이다.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베트남을 방문하고 캄보디아를 거쳐 태국에 가서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일요일(25일)에 귀국한다. 대통령이 귀국한 바로 다음 날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당한 10월 26일이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그 날을 맞게 되어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Q: 왜 그런가?
A: 박 대통령은 유일하게 청와대에서 생활하던 중 서거한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자기 집에 전에 살았던 사람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올바른 삶을 사는데 죽음을 생각하는 것처럼 도움 되는 일도 없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여러 가지 면에서 박 전 대통령을 상기시킨다고들 하니까. 엊그제(19~20일)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에서 박 전 대통령 서거 30주기를 기념하는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박정희와 그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학자들이 발표, 토론했는데, 그 중에도 연세대 박명림 교수와 고려대 임혁백 교수의 분석이 재미있다.
Q: 뭐라고 했는데?
A: 박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남한에서 권력을 구축하고 남ㆍ북 근대화 경쟁에서 이기게 된 원인을 김일성에게서 찾았다. 김일성, 박정희, 모두 권위주의 체제를 갖췄지만, 북한은 유일지배체제인 반면 남한엔 민주적 갈등과 도전이 있었고, 이런 내부 경쟁이 북한을 제압하는 효과로 연결됐다고 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의 경제성장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Q: 어떤 의견인가?
A: 박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추구한 건 친일 전력 때문이라고 했다. 김일성은 항일의 정당성을 갖고 있었지만, 자신은 친일 전력을 갖고 있으니 실용적 업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박 교수는 집권 기간의 경제성장률, 정권이양 시점의 외환보유고, 수출 증가율, 물가 상승률 등을 비교해서 박 대통령 정부의 경제적 성취가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에 비해 뛰어난 게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Q: 임혁백 교수는 어떤 얘기를 했나?
A: 임 교수는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 비슷한 시기에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개발을 이룬 나라들을 예로 들어, 경제개발 과정에서는 박 대통령 식의 권위주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임 교수는 박 대통령은 산업화를 위해 독재를 구축한 것이 아니라, 권위주의 정권 출범을 위해 한국을 산업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Q: 이런 논의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참고가 될까?
A: 그러기를 바란다. 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맞춰 문화체육관광부가 베트남 텔레비전에서 ‘야망의 세월’이라는 인기 드라마를 방영하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거의 20년 전 KBS에서 방영되었던 이 드라마 덕에 이 대통령이 정치스타로 발돋움했기 때문인데, 이 드라마가 베트남 텔레비전에서 2회 방영되고 종영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드라마에서 ‘반공이 국시’라는 표현이 나온 데다, 국가보훈처가 지난달 3일 입법 예고한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세계 평화 유지에 공헌한 월남전쟁 유공자...“ 운운해서 라고 한다.
대통령의 일은 어렵다. 외교도 어렵고 국내 정치도 어렵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의 임기는 짧아도 수명은 오래 간다. 임기 중에 한 일의 공과가 오래 간다는 뜻이다. 그러니 손해를 보든 비난을 듣든 옳은 길을 가야 하고 옳은 얘기를 해주면 경청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 교수가 한 말, 남한이 한국전쟁 후 북한을 능가하게 된 건 민주적 갈등과 도전을 통한 내부경쟁 때문이었다는 말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요즘 이 나라의 언론자유를 걱정하는 소리가 자꾸 들린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엊그제 발표한 ‘2009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175개국 가운데 69위를 기록, 작년보다 22단계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엔 31위, 2007년엔 39위였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이제 한국의 검찰과 경찰은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아 언론인을 체포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이 보도를 보니 언론을 통제하고 기자를 해직하던 박 대통령 시절이 생각난다. 이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다르다. 박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를 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지만 이 대통령은 국민이 뽑아준 사람이다. 국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국민은 가족이고 가족은 생각이 달라도 한 팀이니까.
*CBS 시사자키 "송곳"은 생방송을 원칙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원고는 미리 써서 방송국에 보냈습니다. 2009년 10월부터 12월까지 두 달 간 목요일 저녁 7시 20분쯤 CBS의 양병삼 프로듀서와 전화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개는 원고 그대로 방송이 되었지만 말을 하다 보면 표현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고, 원고에 있던 말이 빠지는 일, 원고에 없던 말이 들어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송곳" 바로 앞에 "인터뷰" 코너가 있어서 인터뷰가 길어지면 "송곳"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여기 실린 원고들을 읽을 때는 이런 점들을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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