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탐라YLA 수업시간에 공부할 '두이노의 비가' 번역본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일이 참 많습니다. 가끔은 표현이 어색하거나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지만 시를 번역하는 일은 창작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니 너무 심하게 불평하진 않습니다. 저 같은 보통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와 같은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살기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요. 몇 구절 옮겨 두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맨 아래의 묘비명은 '두이노의 비가'와는 상관 없는 릴케의 묘비명으로 그가 자신을 위해 쓴 것이라고 합니다. 독일어 원문과 영어 번역문은 영문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 따왔으며 우리말 번역은 제가 한 것입니다.
발사의 순간에 온 힘을 모아 자신보다 더 큰 존재가 되기 위해
화살이 시위를 견디듯이, 머무름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보라, 나무들은 존재하고, 우리 사는 집들은 여전히 서 있다.
우리는 다만 들며나는 바람처럼 모든 것 곁을 지나칠 뿐이다.
이승에 있다는 것은 멋진 일...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 인정해주거나 시기하지 않는 것은 너무 쉽게 잊는다는 것
우리는 남에게 행복을 눈에 띄게 보여 주려 한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복은 우리가 그것을 마음 속에서 변용시켰을 때 드러나는 법인데.
릴케의 묘비명
Rose, oh reiner Widerspr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viel
Lidern.
Rose, oh pure contradiction, delight
of being no one's sleep under so
many lids.
오, 장미여, 순수한 모순이여,
수많은 눈꺼풀 아래서도 잠들지 않는 환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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