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어제 퇴임했다고 합니다. 원래는 1월에 퇴임하려 했으나, 후임 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아 어제 퇴임하게 된 것이라 합니다. 그의 후임은 이인복 대법관입니다.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을 '청빈 법관'으로 부르며 치하합니다. 그는 '전관예우'에 따른 고액 연봉으로 부자가 된 다른 법조인 출신 공직자들과 달리 평생 청빈한 판사로 살아왔다고 합니다. 작년 공직자 재산신고 때 확인된 그의 총 재산은 9억5,617만원으로, 이번에 그의 후임이 된 이인복 대법관(4억9,760만원)에 이어 대법관들 중에서 재산이 가장 적었다고 합니다.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저이지만 언론에 보도된 그의 행적과 미래엔 관심이 갑니다. 1980년 전주지법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한 그는 2006년 대법관에 임명된 뒤 2011년 2월부터 중앙선관위원장을 맡아왔으며, 작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등 가장 중요한 양대 선거를 무난하게 치러냈다는 펑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 총리 후보로 이름이 오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대법관과 중앙선관위원장을 지낸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행정부를 관할하는 총리의 자리에 앉을 수 있겠느냐"며 고사했다고 합니다. 총리 자리를 고사하는 그의 자존심이 좋습니다. 김능환 위원장 덕에 삼권분립 정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았습니다.
지난해 7월 그가 대법관을 퇴임한 후 그의 부인이 편의점과 채소가게를 열어 화제가 되었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그가 퇴임 후 변호사 사무실을 열지 않고 "아내의 가게를 도우며 소시민으로 살아갈" 거라는 점입니다. 그는 퇴임식이 끝난 뒤 자신의 소나타 승용차를 몰고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가난이 곧 청빈'은 아닐지 몰라도 '큰 재산은 대개 후안무치의 결과'인 이 나라에서, 퇴임하는 선관위원장과 그의 후임자가 모두 큰 부자가 아니라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다음 달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와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이인복 위원장이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거 관리를 해주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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