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참으로 희한한 사람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자신이 장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보고서조차 채택하지 않았는데, 사퇴하긴커녕 기자회견을 열어 '기회를 달라'고 했다니 말입니다.
국방부 직원도 아닌 사람이 어제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취재진을 만나 대국민 입장표명을 한 것도 이상하지만 "국방이 위기이고 나라가 위태"로우니 자신을 장관으로 받아달라늠 말엔 기가 막힙니다. 그는 "일평생 군인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개인적인 사심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청문회와 그 전후에 밝혀진 사실들을 보면 그는 나라를 위하는 마음보다 사심이 큰 사람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30여 가지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천안함 폭침 다음 날 골프장에 가 골프를 친 사람이 이 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자리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국방장관을 하면 북한지도부는 물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어제 국방부 브리핑룸에 있었던 기자들처럼 헛웃음을 웃을 겁니다.
김 후보자는 취재진 앞에서 허리 굽혀 인사한 후 A4 용지 두 장 분량을 읽고 "청문회 기간 불철주야 노력해 주신 의원님들과 지켜봐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며 다시 허리 숙여 인사하고 브리핑룸을 떠났다고 합니다. '감사'는 드리고 싶은 사람이 드리는 것이지만 '용서'는 구한다고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왜 이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제 오후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연일 전쟁을 위협하고 있는 위기 상황인데, 안보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이 공백이고, 국정원도 마비상태”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국방장관 후보가 김병관 씨가 아니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군인다운 군인이었어도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났을까요? 혹시 '비리 백화점' '로비스트'로 불리는 그 사람을 선택한 이유가 그가 보이는 사적인 충성심 때문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김씨는 박 대통령 부모님을 너무나 존경하여 두 분 사진을 휴대폰 악세서리로 만들어 걸고 다닌다고 하니까요.
국방장관에겐 특정인에 대한 충성심보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필요합니다. 국민이 김 후보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가 '나라를 위해 헌신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힘 겨루기를 그만두고, 상식적인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후보를 다시 찾아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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