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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놀이 (2024년 7월 16일)

창문을 열고 자니 새벽 다섯 시의소음이 한낮 같습니다. 누워서 빈둥거리느니일어나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PC 앞에 앉아 메일을 봅니다.10분 전에 아들이 보낸 파일이 와 있습니다.잘 받았다고, 어서 좀 자라고 답장을 씁니다.답장을 보고 엄마가 깨어 있다는 걸 안 아들에게서 문자가 옵니다.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하시겠느냐고.  아침 산책길 바람은 오후 바람과 달리서늘하고, 홍제천의 오리들은 몸늘림이잽니다. 다리 긴 아들 옆에서 종종걸음 치다 보니 문득 어제 카페에서 우연히 본 제 졸저 속의 시 하나가  떠오릅니다.  그림자놀이 그림자 둘이 손잡고 걸어갑니다큰 그림자의 다리는 길어 작은 그림자는 강아지마냥 종종댑니다그렇게 삼십 년이 흘렀습니다 큰 그림자는 작은 그림자가 되었습니다그림자놀이 힘들어 손 놓고 싶..

동행 2024.07.16

노년일기 222: 닮은 사람 (2024년 7월 13일)

올 여름 매미는 지난 여름 매미보다 며칠 일찍왔습니다. 5일 전쯤엔 참매미가 매앰, 맴 우는 소리가선물처럼 반갑더니 그 다음 날엔 말매미가 스~~미소를 자아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 모두를 매미라 하고 작년에 왔던 매미가 돌아왔다고 하지만, 겉모습이 닮았을 뿐 이 여름의 매미는 지난 여름의 매미가 아닙니다. 언젠가 이 세상엔 아주 닮은 사람들이 셋씩 있다는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즉 저와 닮은 사람 둘이어딘가에 있다는 것이지요. 대학 시절 음악대학에저와 꼭 닮은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그 사람을 만나보진 못했습니다. 그후 20여 년 지난 후 오랜 친구가 저와 닮은사람이 있다며 그이와 저를 만나게 해주었습니다.그이와 제가 어느 부분 닮았는지 꼭집어 말할 수는없었지만, 그는 독립운동가 정정화 선생의 손..

동행 2024.07.13

윌리엄 포크너의 문장들 4: 말, 말, 말 (2024년 7월 10일)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말이 오히려 뜻을흐리는 경우도 있고, 말에 속아 분노하거나 슬퍼할 때도 있습니다.살기 위해, 혹은 이득을 위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도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 갈수록 드물어져당연한 '언행일치 (言行一致)'가 지고한 덕이 되었습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의중요한 인물 애디 (Addie)가 첫 아이를 낳았던 때를 생각하며아래 인용문과 같은 말을 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겠지요. "When he was born I knew that motherhood was inventedby someone who had to have a word for it because the onesthat had the children didn't care ..

오늘의 문장 202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