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 실버스틴 4

불을 끄면 (2023년 8월 3일)

수양딸 덕에 한국에서 가장 첨단적인 백화점이라는 '더현대' 구경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그냥 백화점이 아니라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도시였습니다. 2023년 현재 한국인의 생활 방식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보았던 무수한 사람들, 지하 6층 주차장까지 빼곡히 들어찬 자동차들... 그곳의 사람들은 그곳 밖의 사람들처럼 '다름'에 민감하겠지만, 그 '다름'은 불만 끄면 모두 사라지겠지요. 셸 실버스틴의 시가 얘기하듯... 다르지 않아요 땅콩처럼 작든, 거인처럼 크든, 우린 다 같은 크기에요 불을 끄면. 왕처럼 부유하든, 진드기처럼 가난하든, 우리의 가치는 다 같아요 불을 끄면. 붉든, 검든 주황 빛이든, 노랗든 하얗든, 우린 다 같아 보여요 불을 끄면. 그러니 모든 걸 제대로..

동행 2023.08.03

누워야겠다 (2022년 6월 11일)

이 블로그에 고백한 대로 저는 셸 실버스틴 (Shel Silverstein)의 팬입니다. 그가 떠난 후에야 그를 알았으니 어리석은 팬이지요. 오늘은 그의 시 '서 있는 건 어리석어'를 읽으며 웃었지만, 시의 내용과 달리 다시 눕진 않았습니다. 이 시를 소개하는 것처럼, 앉아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으니까요. Standing Is Stupid Standing is stupid, Crawling's a curse, Skipping is silly, Walking is worse. Hopping is hopeless, Jumping's a chore, Sitting is senseless, Learning's a bore. Running's ridiculous, Jogging's insane-- Gues..

오늘의 문장 2022.06.11

이기적인 아이의 기도 (2022년 5월 17일)

사랑은 참으로 묘한 것입니다. 처음 보는 순간 '이 사람이다!' 하고 빠져들게 하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늘 만나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다 그가 떠난 후에야 사랑이었음을 아는 일도 있습니다. 셸 실버스틴(1930-1999)에 대한 저의 사랑은 뒤늦은 사랑입니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엔 존재조차 알지 못하다가 그가 떠나고 2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사랑에 빠졌으니까요. 어쩌면 그는 저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많을 것을 알고 그렇게 많은 시와 그림과 책을 남긴 것인지 모릅니다. 큰사람이 작은 사람을 위로하는 방식이지요. 그를 가까운 친구에게 소개했더니 그도 셸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 친구가 사다준 셸의 책을 열 때는 기대와 슬픔이 동시에 찾아옵니다. 그의 반짝이는 위트와 그 위트가 이 세상을 완전히 떠났음을 깨닫는..

오늘의 문장 2022.05.17

나랑 결혼하고 싶으면 (2022년 3월 21일)

오늘은 춘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절기입니다. 내일부터는 하루 중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집니다. 어둠이 짧아지니 잠은 줄이고 활동은 늘여야겠습니다. 활동 중에서 제일 즐거운 일은 재미있는 책을 읽는 일. 요즘 읽은 셸 실버스틴 (Shel Silverstein: 1930-1999)의 재미난 시 한 편 옮겨둡니다. 실버스틴은 로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My Rules If you want to marry me, here’s what you’ll have to do; You must learn how to make a perfect chicken-dumpling stew. And you must sew my holey socks, And soothe my troubled mind, And deve..

오늘의 문장 2022.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