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그 하얀 징검다리(2020년 2월 16일) 눈이 옵니다. 길에 내린 눈은 길이 되고 높고 낮은 지붕은 하얀 계단입니다. 이 계단 저 계단 퐁퐁 튀어 오르다보면 저 높은 곳 어디 먼저 간 사랑이 있는 그곳에 닿을 수 있을까요? 아니 저 하얀 지붕들은 징검다리 돌 떨어졌지만 아주 멀어지진 말자고 손은 잡지 못해도 눈 닿는 곳 거기.. 나의 이야기 2020.02.16
눈(2014년 1월 20일) 새벽녘 문득 눈앞이 환해집니다. 짐이 된 몸을 일으켜 창가에 섭니다. 세상이 하얀 편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괜찮아, 어제까지 있었던 일 모두 잊고 다시 시작해 봐!' 편지지가 하는 말을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습니다. 다시 시작할 시간입니다. 드물게 몸을 드러.. 나의 이야기 2014.01.20
눈(2013년 12월 22일)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눈에 대해 생각해보고, 아다모(Adamo)의 'Tombe la Neige(눈이 내리네)'와 이동원 씨의 노래 '내 사람이여'를 들었습니다. '내 사람이여'는 백창우 시인이 작사 작곡한 노래로 노랫말은 물론 멜로디도 아름답습니다. 날씨는 추워지고 미세먼지까지 겹쳐 문을 닫.. tbs 즐거운 산책 2013.12.22
흰 눈은 높은 산에 (2012년 1월 4일) 눈에게도 운명이 있습니다. 거리에 내린 눈은 벌써 죽어 사라졌지만 산에선 여전히 반짝이고 있을 겁니다. 오래된 무덤에도 막 태어난 무덤에도 시인의 무덤에도 독재자의 무덤에도 흰 눈이 평등하게 반짝일 겁니다. 다시 이성선의 산시(山詩)에서 '흰 눈은 높은 산에'를 찾아 읽.. 오늘의 문장 2012.01.04
그 이름들 위에 (2011년 12월 28일) 새해를 앞두고 헌 해에 만났던 이름들을 불러봅니다. 부르면 달려올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불러도 다시 오지 못할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름은 우연이겠지만 인연도 우연일까요? 새해가 오기 전에 새 수첩 하나를 사서 묵은 수첩의 이름들을 옮겨 적겠지요. 어떤 이름들은 새 수첩.. 오늘의 문장 2011.12.28
첫눈 (2011년 12월 9일) 눈이 날립니다. 하늘에 사는 내 친구의 엽서입니다. ‘잘 있어요? 전 잘 있어요.’ 예의바른 인사는 일 년처럼 짧지만 쓰여지지 않은 그리움은 추억처럼 깁니다. ‘저도 잘 있어요. 밥 먹고 잠자고 똥 싸니 온몸 가득 무엇이 자라고 있어요.’ 몸은 마흔에 만나 쉰도 못되어 헤어졌.. 나의 이야기 2011.12.09
푸른 하늘 흰 구름 (2011년 7월 18일) 바삭바삭 세상 곳곳이 마르고 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분들은 저 소리를 못 들을 테니 안타깝습니다. 오랜만에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지천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분들은 저 조화를 보지 못할 테니 안타깝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아도 눈이 보이면 불평을 덜 수 있을 겁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 나의 이야기 2011.07.18
눈길 (2010년 12월 15일) 오늘 아침 서울 기온이 영하 11도, 내일 아침엔 영하 12도까지 내려간다고 합니다. 남녘에 눈이 내려 쌓일 거라는 예보를 들으니 작년 겨울 눈 쌓인 학교 운동장에서 떼굴떼굴 구르던 생각이 납니다. 한참을 구르다 자연히 멈추었는데, 눈밭이 어찌나 편한지 안방에서처럼 누워 얼굴에 떨어지는 눈을 맞.. 나의 이야기 2010.12.15
돋보기안경 (2010년 8월 24일) "돋보기안경을 새로 맞춰 썼더니 당신의 얼굴 날내 나게 화안하다 보이던 부처님이 어디 가셨다 괜한 짓 했다" -- <2003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정진규의 시 눈이 너무 잘 보이면 눈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할 것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나이만큼 지혜롭지 못한 것은, 라식수술, 돋.. 오늘의 문장 2010.08.24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2010년 7월 27일) "형난옥 형, 그걸 책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기를 쓰는 형의 모습이 우습네요. 책을 만드는 게 형의 일이니 굳이 말릴 순 없지만요. 그 편지는 한 소중한 친구와 구 년 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며 부끄럽게 살아온 나의 삶을 정리해 본다고 써 본 겁니다. 저의 삶이란 한쪽 발이 망가진 자라가 쩔뚝쩔뚝 기어.. 오늘의 문장 2010.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