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날립니다.
하늘에 사는 내 친구의 엽서입니다.
‘잘 있어요? 전 잘 있어요.’
예의바른 인사는 일 년처럼 짧지만
쓰여지지 않은 그리움은 추억처럼 깁니다.
‘저도 잘 있어요. 밥 먹고 잠자고 똥 싸니
온몸 가득 무엇이 자라고 있어요.’
몸은 마흔에 만나 쉰도 못되어 헤어졌지만
마음은 한 삼백년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창문으로 달려드는 눈잎마다 하얀 웃음 묻었습니다.
‘천천히 와요, 호 호, 내가 남긴 밥까지 먹고 와요.’
매일 행주를 삶던 친구는 서둘러 하늘로 가고
행주와 양말을 함께 세탁기에 넣는 저는 남았습니다.
눈이 날립니다.
하늘에 사는 내 친구가 세상을 닦고 있습니다.
‘수희씨, 부지런한 손 그만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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