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첫눈 (2011년 12월 9일)

divicom 2011. 12. 9. 08:52

눈이 날립니다.

하늘에 사는 내 친구의 엽서입니다.

‘잘 있어요? 전 잘 있어요.’

 

예의바른 인사는 일 년처럼 짧지만

쓰여지지 않은 그리움은 추억처럼 깁니다.

 

‘저도 잘 있어요. 밥 먹고 잠자고 똥 싸니

온몸 가득 무엇이 자라고 있어요.’

 

몸은 마흔에 만나 쉰도 못되어 헤어졌지만

마음은 한 삼백년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창문으로 달려드는 눈잎마다 하얀 웃음 묻었습니다.

‘천천히 와요, 호 호, 내가 남긴 밥까지 먹고 와요.’

 

매일 행주를 삶던 친구는 서둘러 하늘로 가고

행주와 양말을 함께 세탁기에 넣는 저는 남았습니다.

 

눈이 날립니다.

하늘에 사는 내 친구가 세상을 닦고 있습니다.

‘수희씨, 부지런한 손 그만 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