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가물었던 세상에 꽂히는 빗소리가 아름다운 토요일, 오늘 아침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강은교 시인이 쓴 '우리가 물이 되어'라는 시를 읽어드렸습니다. 지금 창밖에 내리는 비가 마른 대지를 적시고 땅보다 더 말라 있던 우리의 마음까지 적셔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987년 발간된, 시의 제목과 같은 제목의 시집에서 인용합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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