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문재인의 힐링캠프 (2012년 1월 10일)

divicom 2012. 1. 10. 16:55

4월 총선 때 부산 사상구에서 출마하겠다고 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59)이 어젯밤 SBS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했습니다.

 

문 이사장은 여러 가지 별명 중에 ‘노무현의 그림자’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말로 가신 이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문 씨는 잘 나가던 변호사 노무현 씨가 막 사법연수원을 마친 자신과 동등한 조건으로 ‘동업’했던 일을 소개하며, “노 전 대통령 장례식과 노제 때는 너무 눈물이 나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주목받는 문 이사장은 ‘스피드 퀴즈’ 코너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대세론’으로,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대세론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문 이사장은 박근혜 씨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기에 자신은 구속돼 있었다며 웃었습니다.

 

진행자들은 문 이사장에게 특전사 시절 잘했다는 격파 시범을 보여달라고 졸랐습니다. 1차로 두께 10센티미터 벽돌을 내리쳤으나 실패했고 2차로 기왓장 세 장을 깨뜨렸습니다. 수십년 전 경력을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오락 프로그램의 무례가 참으로 한심합니다.

 

문 이사장은 지난 5일 프로그램 녹화를 마친 뒤 트위터에 “공수부대 나왔다고 ‘격파’를 시켜서 했는데 손이 붓고 아픕니다. 아내는 ‘유권자들하고 악수해야 하는데’라며 걱정하네요”라고 출연후기를 남겼다고 합니다.

 

출연자에게 이런 식의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는 '치유 캠프'를 뜻하는 '힐링캠프(Healing Camp)'가 '아프게 하는 캠프(Hurting Camp)'로 바뀔지 모릅니다. 제작진의 반성을 바랍니다. 

 

문 이사장이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어 자정을 넘겨 ‘힐링캠프’를 보았습니다. 아무리 방송엔 ‘쇼’가 많다지만, 한참 보다 보면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려낼 수 있습니다. 잠을 손해본 대신 문 이사장은 ‘진짜’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문 이사장이 ‘박근혜 대세론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표현한 안철수 원장은 이미 만나본 적이 있어 ‘진짜’라는 것을 압니다. 두 분 다 대통령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두 분 모두 경상도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어제 프로그램에서는 주인공과 진행자들이 대부분 경상도 억양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 ‘고향을 묻지 말자, 학교를 묻지 말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지만, 지방 방송도 아니고 개그 프로그램도 아닌 프로그램에서 거의 모든 출연진이 특정 지역 억양으로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지만 그 아버지는 이 나라의 정치에 지역 감정을 이용한 '경상도 정권'의 태두였습니다. 과연 경상도 출신 유력 대권 주자들이 경상도 아닌 지역 사람들의 소외감을 이해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언젠가 어떤 기관장이 지역 안배 차원에서 경상도 출신 아닌 사람을 기용하려 했지만 쓸 만 한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경상도 출신을 썼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박정희 정권 18년을 비롯해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내내 경상도 출신이 대통령을 했고, 그들과는 다른 김영삼, 노무현 씨도 경상도 출신이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경상도 아닌 지역은 중앙 정치경제 무대에서 홀대를 받았습니다. 올해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경상도 출신 아닌 사람들을 기용하여 해묵은 지역 편중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해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