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나온 연합뉴스 보도를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입주 계획을 백지화하고 퇴임후 강남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합니다. 오늘 낮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말이라고 합니다. 그 자리에는 5부요인과 여야 대표가 참석했다고 합니다.
홍 대표는 오찬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곡동 사저 부지는 국고에 귀속시키고 (활용방안을 포함한) 후속 절차는 다시 논의키로 했다"고 합니다. 홍 대표는 한나라당이 대통령에게 내곡동 사저 파동의 주책임자인 김인종 경호처장의 경질을 요청했다며 "인사문제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를 이렇게 빨리 해결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국민이 잘 알고 있습니다. 열흘도 남지 않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문제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해를 끼칠 것을 우려한 것이지요. 홍 대표가 "더는 내곡동 사저 문제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도, 국민 특히 서울 시민이 이 문제를 빨리 잊고 선거에 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지요.
홍 대표는 "내곡동 사저 신축 추진에 이 대통령은 개입을 하지 않고 아들 시형씨와 경호처 간에 이뤄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는데,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집안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재산 공개할 때 3천 5백만 원 있다고 했던 시형씨가 수십 억원의 돈이 들어가는 내곡동 사저 문제를 대통령에겐 알리지도 않고 경호처와 의논해 결정했다니 말입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문제의 책임을 물어 김인종 경호처장의 경질을 요청했다고 하지만 경질이 된다 해도 그는 희생양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경호처장의 경질보다 시형씨의 재정적 능력이 더욱 궁금합니다. 도대체 어떤 능력이 있기에 3천5백만원 가졌던 사람이 몇 십억 원을 동원하게 된 것일까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내곡동 사저 스캔들을 서둘러 진화했다고 해서 나경원 후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관성의 법칙은 사물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한 번 이런 일을 벌인 사람들은 언제든 다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는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도 일년 이상 남아 있습니다. 남아 있는 임기 동안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임기가 끝난 후엔 또 이 땅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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