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당선되었으면 하는 이유는 바로 신재민 씨 같은 사람들이 이 정부에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신재민 씨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요? 너무 편히 사는 사람이지요. 제가 박 변호사를 만난 건 그가 아름다운재단을 만드느라 동분서주하고 저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들어간 미국대사관에서 전문위원을 할 때였습니다. 나눔운동에 대한 박 변호사의 열정과 헌신을 미국 외교관들에게 전달하면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뿌듯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박 변호사와 저의 만남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신재민 씨와 그에게 9년 동안 금품을 제공해온 SLS그룹 이국철 회장의 만남은 여러모로 대조적입니다. 이회장이 21일 경향신문 기자에게 털어놓은 것을 보면 두 사람은 2002년 10월 서울 강남에 있는 술집에서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나 급속히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신 전 차관이 한국·조선일보에 있는 동안 이회장은 수시로 금품을 제공했는데, 신씨가 한국일보 정치부장일 때 현금 3000만원을 준 것을 비롯, 매달 300만~500만원씩 지급했다고 합니다.
이 회장은 또 2004~2005년 경기도 양주에 있는 SLS그룹의 자회사 썬하이브리드에 신 전 차관의 부인 윤모씨를 감사로 취직시켜 매달 250만원씩 총 3000만원을 신 전 차관 부인에게 지급했다고 합니다. 월급이 지급되는 동안 신 전 차관 부인이 회사에 나가 일 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신씨는 2006년 가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준비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이회장에게 요청했으며, 자신과 이 대통령을 위해 선거지원 캠프인 안국포럼에도 물적 지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17대 대통령선거 경선 때부터 신 전 차관이 이회장으로부터 안국포럼 몫으로 가져간 금품은 10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1억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준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회장은 이 대통령이 당선되면 사업이 잘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고 합니다..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된 후 신 전 차관은 명절 떡값도 요구했다고 합니다.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 두 차례에 걸쳐 곽승준 위원장과 대통령 수행비서 등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인사를 하자며 3000만원과 2000만원씩 총 5000만원어치 상품권을 가져갔다는 겁니다. 차관 재직 중에도 기자 시절과 마찬가지로 매달 1500만~2000만원 상당의 현금을 가져다 썼으며 법인카드 사용액도 2억원이나 됐다고 합니다. 신 전 차관은 지난해 9월 문화부 장관 청문회에서 각종 비리로 낙마한 뒤 여행을 갈 때도 손을 벌렸다고 합니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과 일본 도쿄·삿포로 등지를 여행하는 데 가져다 쓴 돈만 1000만원이라고 합니다.
박 변호사가 시장이 되면 서울시가 달라질 것을 알지만 제겐 그를 도와줄 돈이 없습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등 기존 정치인들보다 훨씬 덜 알려진 데다 돈까지 없으니 어떻게 선거를 치를까, 안 되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박 변호사에게 미안하고, 이회장 같은 화수분을 가졌던 신재민 씨와 돈 많은 이회장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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