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나무의 꿈 (2011년 5월 20일)

divicom 2011. 5. 20. 10:45

다른 날보다 이르게 컴퓨터 앞에 앉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등 아래 왼쪽이 불편했습니다. 허리를 꼿꼿이 펴기도 어렵고 팔을 들어올리기도 힘들었습니다. 여러 십년 함께 살아온 몸이고 대개는 몸에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지만 때로는 내 몸이 남의 몸 같을 때가 있습니다.

 

좀 더 자라는 뜻인가 보다 하고 누웠더니 전화와 핸드폰 문자가 그치지 않습니다. 그럼 자라는 말이 아니고 좀 더 바삐 움직이라는 뜻인가? 마음을 고쳐 먹고 아예 일어나 앉습니다. 창밖의 젖은 하늘과 땅을 보던 눈이 자연스레 시집들에게로 갑니다. 오랜만에 정현종 선생의 시집 <고통의 祝祭>를 펼칩니다. '事物의 꿈 1'은 '나무의 꿈'입니다. 짧아서 더 좋은 시, 전문을 옮겨둡니다. 둘째 줄에는 '꿈꾸고'라고 쓰여 있지만 넷째 줄에는 '꿈 꾸고'로 띄어쓰기가 되어있는 것도 원문대로입니다.

 

시인은 나무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자기 생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저는 문득 찾아온 통증 덕에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나무의 꿈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 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