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인 기형도가 세상을 떠난 날. 1989년에 떠났으니 그를 잃은 지 22년이나 되었습니다. 머지 않아 그가 이승에서 보냈던 시간 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그는 여전히 29세 청년으로 남고 우리는 자꾸 늙어
다시 만날 때쯤엔 서로를 몰라볼지도 모릅니다. 그와의 짧았던 인연, 그 인연을 알아보지 못했던 저의 무지와 불찰을 반성하며 그의 시를 읽습니다. 아래의 시는 그가 쓴 '노인들.' 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서 인용했습니다.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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