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인터넷 자유 (2011년 2월 24일)

divicom 2011. 2. 24. 15:36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터넷 사용국인 만큼 인터넷 상의 자유에 대한 논의도 분분합니다. 힐러리 클린턴 (Hillary Clinton) 미국 국무장관이 2월 15일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 워싱턴대학교에서 이 주제에 대해 연설했다고 합니다. 서울의 미국대사관에서 보내준 연설문의 번역문 일부를 게재하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빨갛게 표시했습니다. 한글 번역문 전문과 영어 원문은  http://seoul.usembassy.gov/p_gov_021511.html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월 28일 자정에서 몇 분이 흐른 뒤에 이집트 전역에서 인터넷이 차단됐습니다. 직전 나흘 동안 수십만 명의 이집트 시민이 정권 교체를 요구하며 가두 시위를 벌였습니다. 세계는 TV와 노트북, 휴대폰과 스마트폰을 통해 그들의 매 걸음을 주시했습니다. 이집트 상황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봇물을 이뤘습니다. 기자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현지발 기사를 전송했습니다. 시위대는 다음 목표를 조율했습니다.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조국의 역사를 바꿀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을 공유했습니다.

수백만 명의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응답했습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그러자 정부가 플러그를 뽑았습니다. 거의 전국민을 상대로 휴대폰 서비스가 정지되고 TV 위성 신호가 끊겼으며 인터넷 접속이 차단됐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국민들이 서로 소통하는 것을 원치 않았으며 언론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분명 이집트 정부는 세계가 지켜보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이집트 사태는 수천 명이 부정 선거에 항의하며 가두 시위를 벌였던 18개월 전의 이란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란 시위대 역시 인터넷을 이용하여 시위를 조직했습니다. 진압대원이 네다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을 살해하는 장면을 촬영한 휴대폰 동영상이 인터넷에 배포되자 불과 몇 시간 만에 전세계가 그 광경을 시청했습니다.

이란 정부 당국 역시 첨단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혁명근위대는 온라인 프로파일을 검열하여 녹색운동 조직원들을 추적했습니다. 또한, 이란 정부는 이집트에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과 휴대폰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지시켰습니다. 시위는 정부 당국에서 가택을 수색하고 대학 기숙사를 급습하고 시위대를 대대적으로 체포하고 고문하고 실탄을 발포한 연후에야 간신히 종식됐습니다.

하지만 이집트의 경우에는 상황이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종식됐습니다. 인터넷 차단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계속됐습니다. 시민들은 전단과 입소문을 통해 시위를 조직했으며 전화 모뎀과 팩스로 외부 세계와 소통했습니다. 5일이 지나자 정부가 굴복했고 인터넷이 복구됐습니다. 정부 당국은 이동통신사에 정부를 옹호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도록 명령하고 인터넷상에서 시위를 조직한 블로거들을 체포하는 조치를 통해 시위를 통제하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 18일 만에 정부는 패배했고 대통령은 하야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이 과연 자유의 수단인지, 아니면 억압의 수단인지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논쟁이 전반적으로 논점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집트 국민들이 트위터로 소통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무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집트 국민들이 단결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끊임없이 요구한다는 사실이 고무적인 것입니다. 이란 정부가 반정부 세력을 사찰하고 체포하는 수단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끔찍한 것이 아닙니다. 이란 정부가 국민들의 권리를 일상적으로 짓밟는다는 사실이 끔찍한 것입니다. ..

 

오늘 저는 우리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을 보호하고 수호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과제들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인터넷의 최대 장점인 개방성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범죄자와 테러범이 인터넷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정부 조치들을 규정한 ‘부다페스트 사이버범죄 조약’을 비준했습니다. ..

 

다른 나라들의 경우 그와는 상반된 접근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자유를 가혹하게 억압하는 구실로 국가 안보가 빈번하게 동원됩니다. 이와 같은 책략은 디지털 시대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가 인터넷을 이용하여 인권 운동가나 반체제 인사들을 색출하고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을 얻게 됨에 따라 전에 없던 반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블로거를 구속하고 시민들의 평화적인 활동을 억압하며 인터넷을 제한하는 정부는 안보를 추구한다는 주장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인터넷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는 일시적으로는 국민의 완전한 의사 표현을 억누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투명성과 기밀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입니다. 투명성을 확고하게 추구하는 인터넷 문화는 모든 유형의 정보를 즉각적으로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능력을 창출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공공의 공간인 동시에 사적 소통의 창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온라인상에서 통신의 비밀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 과제는 관용과 시민의식을 배양하는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에는 결과가 따릅니다. 증오에 찬 표현이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은 적대감을 일으키고 분열을 조장하며 폭력을 야기합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러한 역기능이 더욱 증폭됩니다. 관용이 결여된 발언은 파장이 확대되어 철회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류 역사를 통해 되풀이해서 검증돼온 것처럼, 공격적인 발언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욱 많은 발언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비관용과 증오에 대항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며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토론에 노출됨으로써, 그 과정이 즉각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장점을 지닌 사상은 더욱 발전하는 반면에 근거가 허약한 허위적인 사상은 존재가 희미해지게 됩니다. ..

 

이 세 가지 대원칙을 한번에 추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갈등이 조장되고 도전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유와 안보, 투명성과 기밀성, 표현의 자유와 관용 ― 이 모든 요소들은 보편적인 인권이 존중되고 장기적인 발전과 번영의 장을 제공하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한 인터넷과 더불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전한 사회의 토대를 이룹니다.

일부 국가들은 그와는 상반된 접근법을 택하여 온라인상에의 권리를 제한하는 동시에―경제적 교류, 정치적 토론, 종교적 표현, 사회적 상호작용 등―각 분야를 구분하는 영구적인 장벽을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정부가 선호하는 분야는 그대로 유지하고 선호하지 않는 분야는 억압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터넷을 분단시키고 정치적인 내용을 차단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혹은 극소수 평화적인 집회만을 허용하고 나머지 집회는 금지하거나 시민들이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도록 공포감을 조성하는 장벽은 세우기는 쉽지만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단순히 시민들이 기지를 발휘하여 장벽을 우회하고 통과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기 때문만이 아니라 경제 인터넷, 사회 인터넷, 정치 인터넷이 격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인터넷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넷의 자유를 구속하는 국가는 국가 경제의 미래를 제한하는 것과 같습니다. 젊은이들은 해외에서 진행되는 토론이나 대화에 온전히 동참할 수 없으며 낡은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것을 유도하는 자유로운 시대 조류에 노출될 수 없습니다. 또한, 정부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금지할 경우 부패에 취약해지며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왜곡을 초래합니다. 법에 의한 지배를 통해 뒷받침되는 공평한 경쟁 조건과 사고의 자유는 혁신 경제를 견인하는 원동력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70개 이상의 회원사로 구성된 유럽-미국 기업 협의회(European-American Business Council)에서 지난주에 인터넷의 자유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닙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지금, 인터넷의 자유가 온라인상에서의 어느 특정한 활동에만 국한되는 원칙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합시다. 인터넷의 자유는 인터넷이 거대한 규모로 지각을 뒤흔드는 역사적인 캠페인에서 시민이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평범한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활동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원칙입니다...


인터넷의 자유는 비단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후대에까지 지속될 수 있도록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을 수호하기 위한 원칙입니다. 이는 우리 시대가 직면한 중대한 과제들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늘 길을 가로막고 억압과 지배를 추구하며 자신이 지향하는 현실 이외에는 다른 어떠한 현실도 인정하지 않는 집단에 맞서 치열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투쟁을 위해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인권을 위한 투쟁이며, 자유를 위한 투쟁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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