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봄! (2011년 2월 22일)

divicom 2011. 2. 22. 08:32

한낮 기온이 섭씨 10도를 오르내리니 봄이 오긴 오나 봅니다.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자연이 인위에 희생되는 일이 하도 많으니 여느 해처럼 봄이 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합니다. 방명록에 손님들이 올려주신 시 두 편을 보고 저도 시 한 수 올립니다. 제가 존경하는 고 김남주(1946-1994) 시인의 시 '잿더미' 중 일부입니다. '잿더미' 전문을 다 옮기긴 너무 길어 일부만 옮기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인은 '겨울을 겨울답게' 살아낸 사람만이 '봄다운 봄'을 맞을 수 있다고 노래합니다. 평생 민주화 투쟁에 헌신하며 짧은 생애의 십년을 감옥에서 보냈던 시인, 그만이 당당하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고보니 지난 주 일요일이 그의 기일이었네요. 잠시 눈을 감고 그를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서정시를 쓸 수 있었으나 스스로 '전사'를 선택했던 참 시인을.  

 

 

 

"그대는 겨울을

 겨울답게 살아 보았는가

 그대는 봄다운

 봄을 맞이하여 보았는가

 겨울은 어떻게 피를 흘리고

 동토(凍土)를 녹이던가

 봄은 어떻게 폐허(廢墟)에서

 꽃을 키우던가 겨울과

 봄의 중턱에서

 보리는 무엇을 위해 이마를 맞대고

 눈속에서 속삭이던가

 보리는 왜 밟아줘야 더

 팔팔하게 솟아나던가...

 

 아는가 그대는

 봄을 잉태한 겨울밤의

 진통이 얼마나 끈질긴가를

 그대는 아는가

 육신이 어떻게 피를 흘리고

 영혼이 어떻게 꽃을 키우고

 육신과 영혼이 어떻게 만나

 꽃과 함께 피와 함께 합창하는가를..."

 

 --김남주 첫시집 <진혼가>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