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이 없다 (2011년 1월 8일)

divicom 2011. 1. 8. 13:05

작가 공지영(48) 씨가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제35회 이상문학상 대상수상자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수상작은 2010년 12월호 월간 '문학사상'에 발표한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입니다. 7일 기자들과 만난 공씨는 "굉장히 받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는데, 젊었을 때 받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서 받으니 더 좋다"며 "인생 후반기에 더 열심히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의 뜻이 충분한 결실을 맺어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는 "예전에는 글이라는 것이 때로는 나와 분리될 수 있다는 생각에 상이 받고 싶었다. 그런데 최근 5-6년 전부터 누가 뭐라고 하든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돼 상이 더는 중요치 않았다"며 "바람을 버리니 이런 상이 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수상작 '맨발로 글목을 돌다'는 한 작가가 내면을 고백하는 특이한 방식인데, 글목이란 '글이 모퉁이를 도는 길목'이란 뜻으로 작가가 만든 말이라고 합니다. 심사위원회는 "이 소설이 서사의 구성을 해체하면서 펼쳐놓고 있는 숱한 상념들은 모두가 작가 스스로 명명한 '글목'에 해당한다. 바로 그 글목에서 느끼는 긴장과 전율이 이 소설의 무게에 해당한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고 합니다.

 

소설 속에선 작가의 내면 풍경과 위안부와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 여러 역사적 폭력에 대한 일화가 중첩되면서 인간에 대한 폭력과 그로 말미암은 개인의 고통이 대비된다고 합니다. 공 씨는 "우리가 역사에 대해 너무 잊고 있는 것 같다"며 시공을 달리한 폭력으로 운명이 뒤바뀐 사람들이 무엇으로 희망을 찾을 것인지 생각하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글이 생명과 빛을 탄생시킬 수 있는 엄청난 무게와 희망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으며 이제 "희망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엄청난 살인공장인 아우슈비츠에 시민들이 기증한 팻말에서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글을 보고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 그 한마디가 공간과 역사를 지탱하는 느낌이 들었고, 빛과 희망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희망의 글쓰기'에 대해 공 씨는 "낙관을 준다기보다는 비록 실패하더라도 인간은 그렇게 작은 존재가 아니고. 인생은 한번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대는 굉장히 중요한 것임을 전하고 싶다"고 말하고, "자꾸 특별한 한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소설이 아닌 역사적인 비전을 가지고 큰 필치로 그려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인간의 총체적인 것을 다뤄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지영 씨의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그의 다짐이 많은 결실을 거두기를 기원합니다. 공지영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