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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은 과학 (2026년 8월 21일)

divicom 2026. 8. 21. 07:22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 블로그를 오래 지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시사, 특히 정치적

공방에 대해서는 가급적 쓰지 않으려 합니다. 신문기자로, 또 칼럼니스트로 

시사를 다루며 오히려 시사의 부박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꼭 한마디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어떤 무리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때입니다.

 

'관상이 과학'이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대개 압니다. 관상은 과학이며 생활기록부라는 걸. 저는

특히 관상을 중시하며 살아왔는데, 처음 받은 인상이 틀린 것으로 판명된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요즘 한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와 조희대

대법원장의 '갈등'에 관해서도 저는 이미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그 

결론은 정치적 분석이나 계산이 아닌 '관상'에 근거한 것입니다. 

 

이 나라에 아직 삼권분립 원칙이 작동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언론에는 소위 삼권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관상'으로

볼 때, 저는 그들 중에 조희대 대법원장보다 더 자기 자리에 어울리는

관상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로서 혹은 생활인으로서는

몰라도 대법원장으로서는 그보다 나은 관상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그가 대통령 선거 직전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신속히 심리를

진행케 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했을 때 저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김민석 씨가 취임 일성으로

'조희대 씨'는 '사고 치고 유리창 깬  퇴학시켜달라고, 공부 안하겠다고

구걸하는 불량학생'이라고 했을 때 놀라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조희대 씨와 김민석 씨의 언행은 그들의 '관상'에 완전히 부합하니

재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만나 협의하는 '관례'를 깨고

서면으로 대법관 후보들의 임명을 제청했다며 조 대법원장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탄핵'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터 민주당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게 된 걸까요? 민주당의 탄핵 세례가 없었어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어리석은 조치를 취했을까요?

 

김민석 대표는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고 했다는데, 글쎄

과연 그럴까요? 한겨레신문에 보니 김 대표는 조 대법원장이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이라며 '조희대 씨의 사법농단'을 계기로 사법

개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는데, 소위 '사법 개혁'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것 아닌가요? 거의 평생 민주당 편에 섰던 사람들에게 요즘처럼

부끄러운 시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끄러울지언정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관상을 보며 그들의 처사와

행로를 예견할 수 있었으니까요.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두 대법관 후임의 임명을 제청한

다음날, 기자들이 출근길의 그에게 왜 ‘서면 통보' 했는가 물었지만 그는

“수고하십니다”라고만 답했다고 합니다. 역시 관상에 부합하는 반응입니다.

 

주가가 널을 뛰고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삐걱거리고 최전방과 해안 경계

부대 군인들이 실탄 없이 근무하고 누가 봐도 질 나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정치 일선에서 설쳐도, 이 나라가 이 정도로 유지되는 건 '나쁜 일은

결코 할 수 없는 관상'을 가진 사람들이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금처럼 버텨 주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