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290: 9월에 떠나자 (2026년 8월 7일)

divicom 2026. 8. 7. 12:25

남녘 저수지는 쩍쩍 갈라진다는데 제 몸에선 쉴새없이

땀이 흐릅니다.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네가 사람이냐,

이렇게 더운데 땀 한 방울 안 흘리니!" 어머니가 꾸짖으셨듯

저는 꽤 오래 땀 흘리지 않는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지금의 저를 보면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만. 

 

제가 나이 들며 체질이 변한 것도 이유이겠지만, 그보다는

지구가 뜨거워져 기온이 올라간 게 더 큰 이유일 것 같습니다.

더위에 쩔쩔매는 지구촌 뉴스를 들을 때마다 저도 지구인 중

하나임을 실감합니다.

 

그런데 왜 저는 지구인들이 두루 즐기는 냉방에 이토록

취약한 걸까요? 지난달에 극심한 냉방병 증세로 응급실

신세를 졌는데, 며칠 전부터 또 비슷한 증세로 불편을

겪었습니다. 저는 한여름에도 찬 음료를 먹지 않고 집의

에어컨 온도는 28도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문데, 도대체

왜 그럴까요?

 

아, 어쩌면 바로 그게 이유일지 모릅니다. 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실내 온도를 20도 내외로 하고 사는

사람들은 냉방 내성이 생겨서 끄떡없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제가 그런 내성을 키우려 하다가는 감기를 그림자처럼

달고 살다가 서둘러 죽음으로 갈 겁니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죽는 날까지 몸의 고통과 불편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일. 에밀리 디킨슨이 말한 '친절한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마음을 편히 하고 주변에 가능한 한 폐를 

덜 끼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7월과 8월을 견딘 후 9월에 떠나거나

겨울 끝자락 너무 춥지 않은 날에 떠나는 것이겠지요. 최소한

흰 옷을 입고 그늘에 있어도 더운 한여름 검은 옷 입고

뙤약볕에 서성이게 하는 일은 피하고 싶습니다.

 

왜 아버지는 9월에 가시고 어머니는 2월에 가셨는지, 두 분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하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