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살 (2010년 10월 20일)

divicom 2010. 10. 20. 11:24

"통계청따르면 지난해 1년간 1만5,413명이 자살했다. 미국에서 자살자 1명당 평균 6명의 '자살자유가족'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대입하면, 1년간 국내에 9만2,478명의 자살자유가족이 생긴 셈이다. 자살자유가족이란 한 사람의 자살로 인해 정신적으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가족을 말한다.

실제 2000년부터 10년간 무려 64만4,706명의 국민이 자살자유가족이 됐다. 약 8분에 1명꼴로 발생하는 셈이다. 미국보다 가족주의 전통이 강해 친인척의 범위가 넓은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실제 유가족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살자유가족이 겪는 충격은 여타 사별(死別)보다 상처가 깊고 오래간다. 자살은 고의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라 가족이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기 쉽다. 아울러 죄책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 최상미 인천정신보건센터 정신보건사회복지사
는 '자살자유가족 대부분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리고 일부는 수십 년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심한 경우 유가족이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자살하면 보통 사람보다 자살충동이 80~300배 늘어난다'며 '상처로 마음이 나약해져 충동조절이 안되고 나도 힘들면 비슷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학습효과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넓은 의미에서 자살자유가족인 친구나 동료에 대한 상처치료도 무방비다. 특히 같은 반 친구가 자살을 한 경우 청소년들은 가족만큼 큰 상처를 입고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들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응매뉴얼은 없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자살 사후교육을 지원하겠다고 해도 학교에서 덮어놓고 반대하고 학부모는 '심장마비' '실족사'라고 하며 자살을 숨겨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부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10월 20일자 한국일보에서 발췌 인용.

 

이 기사를 읽으니 제가 저질렀던 잘못들이 떠오릅니다. 저는 십대이후 줄곧 자살하고 싶은 충동과 싸우며 살았습니다. 남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으로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곤 했지만, 때로 충동이 너무 강렬해지면 저도 모르게 시도도 했습니다. 비 오는 밤 한강으로 간 적도 있고 넥타이로 목을 맨 적도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다섯 살 즈음인 제 아이가 앉아 있는 방에서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목을 매려한 적도 있습니다. 이제 서른이 넘은 아이가 그때 얘기를 하면 얼마나 미안한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자살의 문턱까지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자살하는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비난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깊은 절망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제어할 후 없는 순간에 저질러지는 자살이 많을 테니까요. 제 경우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이기기 위해 가장 많이 상기한 사실은 '살아만 있으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것과, '자연스런 죽음은 삶의 일부이지만, 자살은 죽음을 사건으로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추슬러야 합니다. 살아있으면 언제든 죽을 수 있으니 더 나쁜 상황이 올 때까지 죽음을 유보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나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남에게 도움되는 일을 해보자, 하는 식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지요. 내가 자살했을 때 주변인들이 받을 상처와 피해에 대해 평소에 자주 생각하여 마음을 단련하는 것도 자살을 예방하는 한 가지 방법일 겁니다.


자살자유가족들은 서로 모여 마음을 털어놓기만 해도 어느 정도 치유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엔 그럴 만한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자살자유가족 상담을 해주는 곳은 서울 인천 경기의 정신보건센터뿐이며, 그곳들도 인력 부족이 심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고 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한 사람의 자살이 또 다른 자살을 낳고 그 자살이 또 다른 자살을 낳는 일이 비일비재할 겁니다.

 

결국 내 삶의 열쇠는 내게 있습니다. 내 사랑하는 이가 죽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인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살아 있는 사람만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죽은 이를 사랑하는 일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