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는데
아래층에 사는 모녀가 서둘러 옵니다.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립니다.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곧 모녀가 내립니다.
중년의 엄마는 양손에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들고
있는데,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로 보이는 딸은
스마트폰만 들고 있습니다.
이 모녀를 볼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키 작은 엄마는 거의 항상 무거운 것을 들고 있고,
키 큰 딸은 가벼운 것을 들거나 빈손일 때가 많으니까요.
물론 남의 사정을 모르면서 남을 판단하면 안 되겠지요.
건강해 보이는 딸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엄마가
짐을 들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 모녀에게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짐을 들고 자식이 빈손인 경우는 요즘 아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동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하교하면 기다리던
엄마들이 아이들의 가방을 가져다 멥니다. 때로는
가방이 두 개 이상인데 그 가방들을 다 엄마가 메거나
들고 아이는 팔랑팔랑 투스텝으로 걷습니다.
무거운 짐이 아이의 키를 크지 못하게 할까봐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금쪽같은' 자녀가 짐을 드는 게 안쓰러워
그럴까요?
아이든 어른이든 자기 짐은 자기가 지는 게 맞지 않을까요?
자기가 운반할 수 없을 정도로 크거나 무거운 짐이면
애초에 갖고 다니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이에게 엄마가 들어야만 할 정도로 무거운 것을
가져오라고 했다면, 그건 교사의 잘못입니다.
혹시 우리 아래층 모녀의 이상한 짐 배분도 딸이 어릴 때
시작된 게 아닐까요? 어려서부터 엄마가 자신의 짐을
들어다 주던 게 버릇이 되어, 자신은 다 자라고 엄마는
늙어가는 지금도 으레 '짐은 엄마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다 언젠가 엄마가 짐을 들어주지 못하게
되면 엄마가 짐으로 취급받는 것 아닐까요?
부디 그런 일만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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