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형용사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2025년 1월 21일)

divicom 2025. 1. 21. 11:20

모든 단어는 기능, 의미, 형태에 따라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조사 등으로 나뉩니다. 

제가 좋아하는 품사는 명사와 동사이고 좋아하지

않는 품사는 형용사와 부사입니다. 형용사나 부사가

명사나 동사에 비해 사적(개인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특히 '아프다' '힘들다' '괴롭다' 처럼 고통을

묘사하는 형용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단어들이 고통의 정도를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에,

즉 진짜 고통과 엄살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암에 걸린 사람이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며 '아프다'고 하는 것과 종이에 손가락을 베인

사람이 '아프다'고 하는 것처럼, '아프다'는 진정한

공감을 모르는 둔감한 사람 같습니다. 

 

'힘들다'도 마찬가지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집에

태어나 예닐곱 살 때부터 병든 부모 수발을 하며

열아홉 살이 된 젊은이도 '힘들다'고 하고, 부모가

물려준 재산 덕에 평생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사람이

예금 금리가 낮아져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니

'힘들다' 또한 무례하고 무정한 단어입니다. 

 

부사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부사가 형용사를

강조할 데 주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부사는 '너무'입니다. 너무 아프거나

너무 귀엽거나 너무 멀거나 너무 예쁘거나... 부사는

그렇지 않아도 이성보다 감정을 부추기는 한국 사회를

더욱 시끄럽게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오래 전 제가 신문기자가 되어 처음 배운 원칙은

명사와 동사로만 기사를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메시지가 간결할 뿐만 아니라 사적인 견해를

배제할 수 있어서였을 겁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갈수록 형용사와 부사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뉴스에까지 형용사와 부사가

판을 칩니다.

 

나이 든 사람은 대개 옛날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저도 그때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형용사나

부사가 지금처럼 난무하지 않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