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밖 외출을 거의 하지 않지만, 할 때는 어머니의
옷이나 모자를 착용합니다. 그러면 지난 2월 돌아가신
어머니와 동행하는 것 같으니까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날엔 어머니가 입으시던 속옷을
입었습니다. 늘어난 목 부분을 어머니가 군데군데
꿰매어 줄이신 걸 보니 괘 오래 입으셨던 옷입니다.
맨살에 닿는 감촉이 너무도 부드럽고 따뜻해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승에서 함께했던 시간, 어머니는
부드러움이나 따뜻함과는 거리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세상으로 가시고 나니 그때 알아채지
못하고 흘려보낸 따스함이 새록새록 그립습니다.
어머니의 속옷을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빨아 널며
보니 옆구리에 꽤 큰 구멍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저처럼 그 구멍의 존재를 모르고 무심히 입으셨던
걸까요? 아니면 그 구멍을 발견하셨을 땐 어머니가
너무 연로하셔서 꿰매지 못하신 걸까요...
어머니 떠나시고 얼마 후 동생들과 어머니 방에 가서
남기신 물품들을 정리하는데, 제 손은 어머니의 몸이
닿았던 것들에게만 갔습니다. 속옷, 손수건, 양말...
어머니의 속옷을 입고 어머니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 손만 잡아도 쑥스러워 하시던 어머니가
'사랑한다 우리 큰딸' 하시는 것만 같습니다.
저도 오래 전 어머니가 되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여전히 '엄마! 엄마!' 찾으며 우는 어린애입니다.
엄마, 어디쯤에 계신가요? 보고 싶은 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