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39: 엄마의 속옷 (2024년 12월 1일)

divicom 2024. 12. 1. 22:07

동네 밖 외출을 거의 하지 않지만, 할 때는 어머니의

옷이나 모자를 착용합니다. 그러면 지난 2월 돌아가신

어머니와 동행하는 것 같으니까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날엔 어머니가 입으시던 속옷을

입었습니다. 늘어난 목 부분을 어머니가 군데군데

꿰매어 줄이신 걸 보니 괘 오래 입으셨던 옷입니다.

 

맨살에 닿는 감촉이 너무도 부드럽고 따뜻해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승에서 함께했던 시간, 어머니는

부드러움이나 따뜻함과는 거리가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세상으로 가시고 나니 그때 알아채지

못하고 흘려보낸 따스함이 새록새록 그립습니다. 

 

어머니의 속옷을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빨아 널며

보니 옆구리에 꽤 큰 구멍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저처럼 그 구멍의 존재를 모르고 무심히 입으셨던

걸까요? 아니면 그 구멍을 발견하셨을 땐 어머니가

너무 연로하셔서 꿰매지 못하신 걸까요...

 

어머니 떠나시고 얼마 후 동생들과 어머니 방에 가서

남기신 물품들을 정리하는데, 제 손은 어머니의 몸이

닿았던 것들에게만 갔습니다. 속옷, 손수건, 양말...

 

어머니의 속옷을 입고 어머니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 손만 잡아도 쑥스러워 하시던 어머니가

 '사랑한다 우리 큰딸' 하시는 것만 같습니다.

 

저도 오래 전 어머니가 되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여전히 '엄마! 엄마!' 찾으며 우는 어린애입니다.

엄마, 어디쯤에 계신가요? 보고 싶은 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