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41: 과장된 슬픔 (2024년 12월 10일)

divicom 2024. 12. 10. 22:33

한국 소설이든 영미 소설이든 소설을 읽을 땐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사전을 찾지 않습니다.

단어보다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어 두긴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버지니아 울프의 <Mrs. Dalloway(댈러웨이

부인>을 읽다가, 91쪽에서 lugubriously라는

단어를 만났습니다. 평생 처음 보는 단어인데,

무슨 뜻일까 하며 적어 두었습니다.

 

저녁에 책상에 앉아 사전을 찾아보려는데 메모

하나가 보였습니다. 11월 1일, 같은 작가의

<To the Lighthouse (등대로)>를 읽으며

적어 둔 단어가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처음

보는 단어라고 생각하며 적어 둔 lugubriously에서

'ly'를 뗀 형용사 lugubrious였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11월 1일에 본 단어를 오늘 아침

40일 만에 다시 만났는데, 처음 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본래 기억력이 부실해서 고등학교 때도 남들이 

점수 따는 암기 과목에서 점수를 잃곤 했지만,

영어 단어만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한 번에 30개 정도는

입력이 되곤 했는데...  참, 비감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고는 웃고 말았습니다.

lugubrious의 뜻이 'full of sadness or sorrow; very

sad especially in an exaggerated or insincere way',

즉 '슬픔이 가득한; 특히 과장되고 가식적인 방식으로 

매우 슬퍼하는' 이었기 때문입니다.

 

예문을 보니 단어의 뜻이 더 명확해졌습니다. 

'a comic actor known for his lugubrious manner'

즉 '슬픔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희극 배우'.

 

40일 전에 본 단어를 처음 보는 단어로 오인한 자신을

탓하며, 이 모두가 노화 때문이라고 슬퍼한다면

그게 바로 lugubrious 한 태도이겠지요. 이제 이 단어는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