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 중 언제를 '그때'라 부르든,
그때와 지금은 모든 게 다릅니다.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참 많은 일을 합니다.
저 개인으로 보면 짙은 갈색머리가 희게 변했고
얼굴엔 주름, 손등엔 검버섯이 생겼습니다.
허리와 다리는 굵어졌고 눈은 더 나빠졌고,
이는 삐뚤빼뚤해졌습니다. 웃음은 많아졌고
화내는 일은 줄었습니다.
책상이나 집 같은 무생물도 시간이 흐르며
변하지만, 사람을 비롯해 살아있는 것들의
변화는 훨씬 더 두드러집니다. 윤동주 (1917-1945)가
'서시'에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다짐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윤동주의 평생을 포함하는 시간을 아일랜드에서 산
시인 제임스 스티븐스 (James Stephens: 1882-1950)는
나뭇잎을 빌어 시간의 횡포를 고발했습니다.
대충 번역해 옮겨둡니다.
잎사귀가 떨어지면
잎사귀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모든 사람들이 밟고 가네:
한때는 높은 곳에서 편한 시간을
보냈지, 쉬어가는 바람과 얘기하면서.
그땐 참 멋지고 당당했지
햇살 속을 오르내리며 춤 추던 그땐;
마을에 배수로가 있는 것도 몰랐지.
이제 그들을 위한 장소는 없네!
머물 곳은 담벼락 아래 배수로뿐,
그들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은
깡패 같은 바람.
When the Leaves Fall
When the leaves fall off the trees
Everybody walks on them:
Once they had a time of ease
High above, and every breeze
Used to stay and talk to them.
Then they were so debonair
As they fluttered up and down;
Dancing in the sunny air,
Dancing without knowing there
Was a gutter in the town.
Now they have no place at all!
All the home that they can find
Is a gutter by a wall,
And the wind that waits their fall
Is an apache of a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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