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책꽂이 앞에 서서 다음에
읽을 책을 고릅니다. 첫 문단 혹은 첫 쪽을
읽다 보면 저절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을 것인가, 책꽂이에 꽂을 것인가.
'시절 인연'이란 불교적 용어는 책과 저의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두어 쪽 읽고 포기하기를
여러 번 했던 책이 어느 날 맛있는 커피처럼
저를 붙잡으니까요.
우울할 때 꺼내 읽으며 소리 내어 웃는
<호밀밭의 파수꾼>, 요즘 읽는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1897-1962)의 <내가 누워
죽어갈 때 (As I Lay Dying)>가 그런 책입니다.
아래처럼 더위를 잊게 해주는 문장들 덕택입니다.
"I can remember how when I was young
I believed death to be a phenomenon of the
body; now I know it to be merely a function
of the mind--and that of the minds of the ones
who suffer the bereavement. The nihilists say
it is the end; the fundamentalists, the beginning;
when in reality it is no more than a single tenant
or family moving out of a tenement or a town."
--PP. 42-43,
"어렸을 때 나는 죽음이란 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죽음이란 그저 마음의
의식-- 사별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이 치르는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허무주의자들은 죽으면
끝이라고 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죽음은 시작이라고
하지만, 사실 죽음은 세입자 하나 또는 한 가족이
살던 다세대주택이나 소도시를 떠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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