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찾아준 알 수 없는 분 덕에
5년 전 오늘 여기 올렸던 시를 만났습니다.
정의를 위해 흘렸던 피와 희생조차 과거사가 되면
잊히거나 이용당하는 일이 많으니, 착잡합니다.
아래는 5년 전 이 블로그에 썼던 글의 일부입니다.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다르지 않아
아래에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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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전두환 정권과 싸웠던
'386세대' 대다수는 자신들이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처럼 권력과 금력을 좇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잘 죽지도 못하고 잘 살지도 못하는 제 속에는
물음표만이 쌓여 갑니다. 그 물음표 중엔 시인
김남주(1946-1994)의 물음표가 있습니다.
아래는 김남주의 시 '?'의 전문입니다.
?
나도 그리 될까?
철들어 속들고 나이 들어 장가들면
과연 그리 될까?
줄줄이 새끼들이나 딸리게 되면
어떤 수모 어떤 굴욕 어떤 억압도
참게 되는 걸까?
아니 참아지는 것일까?
아니 아예 관심 밖의 일이 되고 마는 것일까?
나는 자유의 편에 서 있다고
나는 불의에는 반대한다고
입을 열어 한번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쥐꼬리만한 봉투 때문에
보잘 것 없는 지위 때문에
--김남주 시집 <나의 칼 나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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