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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21: 부모의 잘잘못 (2024년 6월 21일)

divicom 2024. 6. 21. 10:39

누구나 말년은 위험합니다.

마지막 몇 해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평생의 잘못이 옅어지기도 하고, 애써 쌓은

성취가 무너지기도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우리보다 먼저 말년을 맞는

부모는 우리의 스승입니다. 늙은 부모의

언행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모두 자기 부모보다 나은 노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와 사별하며 흘리는 눈물은 부모의

잘못을 지워주는 지우개일지 모릅니다.

처음으로 부모 노릇을 하느라 실수하신 거라고.

부모 또한 죽음 앞에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처럼

한탄했을 거라고. '깊이 사랑했으나 현명하게 

사랑하지 못했구나!'

 

그러니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도 그분들의

잘못을 되뇌이며 원망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겁니다.

 

미국 작가 레모니 스니켓 (Lemony Snicket:

본명: Daniel Handler: 1970~)의 <불행한

사건의 연속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11권 <음산한 동굴 (The Grim Grotto)>에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화재 사건으로 불시에 부모를 잃은 보들레르

삼남매가 이 연작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To the Baudelaires, it felt almost as if

they had drawn a line after their parents

died--a secret line in their memories, 

separating all the wonderful things about

the Baudelaire parents from the things that

perhaps were not quite so wonderful. 

Since the fire, whenever they thought of

their parents, the Baudelaires never stepped

over the secret line, preferring to ponder

the best moments the family had together

rather than any of the times when they

had fought, or been unfair or selfish. "

--p. 148, <The Grim Grotto>, Book of the

Eleventh,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보들레르 삼남매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하나의 선이 그어진 것처럼 느꼈다. 그 기억 속

비밀의 선은 부모님과 관련된 멋진 일들을

그다지 좋지 않았던 일들과 분리했다. 

화재 사건 후 부모님을 생각할 때마다 삼남매는

결코 그 선을 넘지 않았다. 가족이 싸우거나

부당하고 이기적이었던 때보다 함께 보낸

가장 좋은 순간들을 되새기면서."

 

https://www.youtube.com/watch?v=PwbdzarEoNg&ab_channel=JH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