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에도 이 블로그를 찾는 방문객은
기껏해야 하루 수십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수는 한 자리에 그칠 때가
많습니다.
방문객의 감소는 지금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데
혹은 잊히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여줍니다.
9년 전 아버지 장례를 치를 때 들은
장례지도사의 말이 떠오릅니다.
"옛날에는 3년상을 치렀지만, 이젠 돌아가신
분을 3년씩 애도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요즘은 보통 3일장을 치르는데, 3일장이
끝나면 애도도 끝나요. 3일장이 곧
3일상이지요."
9년 전 첫 스승이자 친구인 아버지를 잃고
다시 생활로 복귀하는 데 몇 해가 걸렸습니다.
여러 사람이 제게 위로하듯 핀잔하듯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아흔에 돌아가셨는데
환갑 넘은 딸이 이렇게 오래 슬퍼하다니.'
그새 제 나이는 아홉 살이나 늘었고
어머니는 아흔넷에 돌아가셨지만, 사별이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이 세상의
속도와 다른 속도로 살기 때문이겠지요.
지난 2월 어머니 떠나신 후 한동안 블로그에
아무것도 쓰지 못했습니다. 몇 되지 않는
방문객마저 다 사라질 테니 어서 뭔가 써보라고
스스로를 독려한 적도 있지만, 슬픔과 무기력이
몸과 마음을 채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어머니와 아버지의 자유와 평안을
비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에 몇 번씩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제 삶의 속도가 세상과 상관없이 느리니
애도의 속도 또한 세상과 맞지 않는 것이겠지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그의 단점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장점은 누구나 좋아하니
장점만 좋아하는 것으로는 사랑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아직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은
세상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저의 단점까지
품어 주시는 분들...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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