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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일기 219: 그들을 용서하지 마!(2024년 6월 14일)

divicom 2024. 6. 14. 10:35

저의 하루도 성장의 시간이었던 때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저의 하루는 슬픔과 탄식의 시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제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는 건 지난 5월 23일

'얼차려 군기훈련' 중에 쓰러져 이틀 후 숨진 훈련병입니다.

 

5월 27일 한겨레신문 사설을 보면 훈련병은 얼차려를 시킨

지휘관으로 인해 죽음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에 사설

일부를 옮겨둡니다.

 

"당시 훈련병들은 전날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이튿날 오후

약 20㎏에 이르는 완전군장을 차고 연병장을 구보(달리기)로

도는 군기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통상 ‘얼차려’로 불리는

군기훈련은 지휘관 지적 사항이  있을 때 군기 확립을 위해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일종의 벌칙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훈련 대상자의 신체 상태를 고려해 체력을 증진시키거나

정신을 수양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 기준은 육군 내부 규정에 상세히  정해져 있다. 군기훈련

규정상, 완전군장 상태에선 구보는 허용되지 않고 걷기만

가능하다. 또 걷더라도 1회 1㎞ 이내, 최대 4회까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지휘관은 이런 규정을 어긴 채

완전군장 상태에서 보행과 구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훈련병은 완전군장 팔굽혀펴기도 지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기훈련 규정은 팔굽혀펴기는 맨몸인 상태로만 하도록 정하고 있다.

게다가 이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징후를 다른

훈련병이 보고했는데도, 지휘관이 이를 묵살한 채 군기훈련을

강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지휘관은

훈련병의 이상징후를 알고서도, 규정에 어긋난 무리한 군기훈련을

강행한 것이 된다. 군은 “군기훈련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다”며 민간 경찰과 함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

 

군 훈련소에서 조교 노릇을 했던 제 아이는 이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슬퍼했습니다. "군대의 훈련병은 아기나 같아요.  아기가

인생을 알지 못하듯 훈련병은 군대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모른단

말입니다. 그러면 가르쳐줘야지... 죽게 하다니요!"   그에 따르면,

군대 훈련의 기본은 지휘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훈련만 훈련병에게

시키는 거라고 합니다.  과연 그 지휘관은 자신이 지시한  훈련을 

스스로 해낼 수 있었을까요?

 

성장의 시간을 빼앗긴 훈련병...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이 슬픈데, 그의 장례식이 열린 5월 30일 새벽 '워마드(WOMAD)'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의 사망을 '축하'한다는 글이 그의 영정 등과 함께

게시되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단체는 무엇 하는 단체이기에

이런 짓을 한 걸까요?

 

'워마드'는 '여성'을 뜻하는 'Woman'과 '유목민'을 뜻하는 'Nomad'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워마드'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여성들'의 모임인 것 같은데, 왜 그 단체가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죽음을 '축하'한 걸까요?

 

어린 시절엔 나이 들면 세상 일을 다 알게 되는 줄 알았지만, 막상

나이 들며 보니 세상은 갈수록 낯설고 알 수 없는 곳입니다.

오직 하나 알게 된 것은 사람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다 사람은

아니라는 겁니다.

 

사람이 죽으면 살아서 갖지 못했던 힘을 갖게 된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훈련병이 죽음을 통해 힘을 갖게 되었다면, 사람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닌 사람들을 결코 용서하지 말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