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194: 시장 사람들 (2023년 10월 12일)

divicom 2023. 10. 12. 17:31

아이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니

사는 곳이 중요하고, 저처럼 경제적 여유가

없는 노인의 경우엔 활을 영위하는 데 

드는 비용 때문에 사는 지역이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운이 좋습니다. 시장이

가까우니까요.

 

엊그제 시장에 가니 가끔 들르던 청과물 가게의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어디

아픈가... 40대 부부를 걱정했는데, 오늘은

열려 있었습니다.

 

세 개에 천 원이라 쓰인 골판지가 꽂혀 있는 

상자의 파프리카를 고르며 옆에 있는 남자

주인에게 "엊그제 문 닫았지요? 왔다가 

허탕 쳤어요" 하며 웃으니 "집에 일이 좀 있었어요" 

심상하게 답하고는 골판지를 집어들었습니다.

'3개 1,000원'이라 쓰인 것을 쓱쓱 지우며

"지금부터 파프리카 다섯 개 천 원!' 소리치더니

골판지에도 '5개 1,000원'이라 써넣었습니다.

세 개 들었던 손에 두 개를 더 집어드는데

파프리카 두 개보다 훨씬 큰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방울토마토를 사러 간 집은 노점 같기도 하고

가게 같기도 한 집인데, 토마토 한 갑에

4천 원이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이마트에서

한 갑에 8천 원쯤 하던 게 생각났지만, 그 집의

한 갑과 이마트  한 갑의 무게가 같을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마트 직원들보다 훨씬 나이 든

그 집의 직원들중 한 사람에게 무게를 물으니

790그램쯤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이마트

것보다 무겁겠구나 생각하고 사들고 왔습니다.

 

집에 와서 꼬마 저울에 달아보니 810그램.

이마트 전단지에 세일 품목으로 소개된 방울

토마토는 600그램에 7,980원이었습니다. 앗싸!

그집의 토마토는 이마트 전단지의 토마토보다

크기가 작지만, 입 작은 노인에겐 안성맞춤이고

작은 만큼 수가 많겠지요. 오늘도 시장 사람들

덕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