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리는 비가 전생을 불러냅니다.
적어도 두어 번의 생生에서 저는 비였습니다.
적어도 두어 번의 생에서는 목마른 풀이었습니다.
적어도 두어 번의 생에선 젖은 풀 사이를 킁킁대는
떠돌이 개였고, 적어도 두어 번은 젖은 잎새에
매달린 무당벌레였습니다.
그러니 비가 오래 못 본 친구처럼 반갑고 남들이
잡초라 하는 풀들이 제 눈엔 그리 아름다운 거겠지요.
그러니 남의 손에 이끌리는 개들과 풀잎 위
위태로운 무당벌레 모두 그리도 애틋하겠지요.
사람으로 산 적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아메리칸 인디언으로 살 때 새긴 작은 브이 (V)자가
지금도 제 이마엔 남아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으로 살았기에 파스타를 여러 끼 먹어도
물리지 않습니다.
중국, 프랑스, 일본, 영국, 독일, 인도, 쿠바, 베트남,
남아프리카, 티베트, 몽고, 칠레, 체코, 스페인 ...
남들이 가고 싶어하는 다른 나라에 갈 맘이 없는 건
적어도 한 생 이상 그곳에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여러 생을 살고 현생을 얻었으니 제겐
지금이,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