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아파트 회장이 된 후 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대표자회의 구성원들과 하루에 한두 번씩 회의를
하고 그래도 미진한 얘기는 전화로 하며 지난 회장이
남긴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바빴습니다.
저 혼자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지만 다른
분들의 지혜와 지식 덕에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합니다.
다행인 건 이런 상황에서도 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젊었을 때 예기치 않은
나쁜 일에 휘말리면 일의 복잡성에 비례한 두통에
시달리곤 했는데 이제는 풍경을 바라보듯 상황을
바라보며 해결책을 찾습니다.
제가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된 데는 여러 친구들의
공이 큽니다.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 친구들과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책 친구들... 요즘 바로 옆에서
저를 지켜주는 건 전에도 소개한 적 있는 손턴 와일더
(Thornton Wilder)의 희곡 <우리 읍내(Our Town)>
입니다.
101쪽 죽은 자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사이먼
스팀슨 (Simon Stimson)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에
다녀온 에밀리(Emily)에게 하는 말을 읽으며 지금
제 시간을 갉아먹는 일의 허망을 생각합니다.
중간의 말없음표는 원문 그대로입니다.
"That's what it was to be alive. To move about in a
cloud of ignorance; to go up and down trampling
on the feelings of those ... of those about you. To
spend and waste time as though you had a million
years. To be always at the mercy of one self-centered
passion, or another. Now you know--that's the happy
existence you wanted to go back to. Ignore and blindness."
"살아있다는 건 그런 거야. 무지의 구름 속에서 종종거리며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짓밟고, 백만 년쯤 살 것처럼 시간을
소모하며, 계속 자기중심적 욕망에 휘둘리는 것. 이제
알겠지게 바로 네가 돌아가고 싶어했던 행복한
삶이라는 것. 무지와 맹목의 세계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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