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SBS (서울방송)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몇 가지 프로그램은 아주 좋아합니다. '생활의 달인' '위기탈출 넘버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다시 SBS에 박수를 보낼 일이 있었습니다. 광주에서 열린 제18회 임방울국악제를 생중계해준 것입니다.
임방울국악제는 '국창 임방울' 선생을 기리는 국악 신인 등용문으로 올해는 9월3일부터 6일까지 광주문화예술회관, 5. 18기념문화센터, 빛고을시민문화관, 여성발전센터 등에서 진행됐습니다. 나이트클럽의 무희들을 방불케하는 댄스가수들이 독점하다시피하던 텔레비전 화면에 우리 옷을 입은 우리 소리꾼들이 나오니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저 아름답고도 기품있는 소리가 고작 일년에 두어 번 방송될까말까 하다니... KBS와 MBC는 생중계를 하지 않았으니 SBS마저 해주지 않았으면 아주 못볼 뻔 했습니다. SBS, 참 고맙습니다!
임방울 선생(1905~1961)의 본명은 임승근(林承根), 임방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데엔 두가지 설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어려서 울지도 않고, '방울방울 잘 놀아서' 임방울이라 불렸다는 것이고, 둘째는, 임방울의 판소리를 들은 당대의 명창이 "너야 말로 은방울이다" 라고 탄복하여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임방울국악제를 보고 들으며, 오래전 들었던 임 선생의 청아하고도 절절한 '쑥대머리'를 생각하니 눈이 젖어왔습니다. '쑥대머리'는 판소리 '춘향가' 중 '옥중가'의 한 대목으로 옥에 갇힌 춘향의 처연한 심사를 노래한 것입니다. 전라남도 광산 (지금의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임 선생은 우리 나이로 25세 때 상경하여 매일신보사가 주최한 '조선명창연주회'에서 '쑥대머리'를 불러 일약 전국적 스타가 되었습니다. 연주회 후에 유성기 음반으로 제작된 '쑥대머리'가 100만 장이나 팔렸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국악제에서는 재작년과 작년에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김명남씨가 판소리 명창부 대상(대통령상)을 차지했는데, 김씨의 소리를 들으니 가히 명창 안숙선 선생의 뒤를 이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더욱 노력하여 안 선생에 버금가는 명창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언젠가 김명남씨가 부르는 '쑥대머리'를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SBS 덕택에 텔레비전 앞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으니 두 가지 제언으로 감사를 표할까 합니다. 내년에 제19회 임방울국악제를 중계할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조명에 좀 더 신경을 써주십시오. 전체적으로 너무 어둡습니다. 물론 그건 SBS의 책임이 아니고 광주문화예술회관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겠지만요.
2. 자막을 넣어주십시오. 공연자의 이름과 고수의 이름을 적어도 한번 이상 화면에 띄워주십시오.
공연자가 판소리나 시조를 부를 때 그 내용을 자막으로 처리해주시면, 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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