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자 후진국 (2010년 9월 8일)

divicom 2010. 9. 8. 08:47

우리나라 가계의 엥겔계수가 약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엥겔계수는 19세기 독일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 (Ernst Engel)의 이름을 딴 엥겔의 법칙에서 나왔습니다. 수입이 늘면, 전보다 많은 돈을 음식에 쓰더라도, 전체 수입에서 음식에 쓰는 수입의 비율은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집계한 2분기 엥겔계수는 13.3퍼센트, 가계 최종 소비 지출액 145조 9천억 원 가운데 19조 4천억 원이 식음료비로 지출되었다는 겁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70~1980년대 20~30퍼센트였던 우리나라의 엥겔계수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차 하락해 2000년대 들어서는 12퍼센트대를 기록했으나, 두 번째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지난해부터 다시 13퍼센트대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엥겔계수가 이렇게 높아진 요인은 최근의 농산물 가격 급등이라고 합니다. 2분기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5.4퍼센트였지만 신선식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8퍼센트나 되었다는 겁니다. 농산물 값이 솟구친 건 태풍 피해 때문이라고도 하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채소 재배 면적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엥겔계수는 후진국에서 높습니다. 총 가계 수입 중에 먹고 마시는 데 쓰는 돈이 많으면 자연히 문화생활을 포함한 다른 분야에 쓸 돈이 줄어들어 전반적 복리후생에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식점들이 밀집한 거리를 걷다 보면 ‘너무 열심히’ 먹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비만 인구는 점차 늘어 현재는 3명 중 1명이 비만이라고 합니다.

 

음식을 먹는 건 음식 자체를 즐기는 측면과 함께 우리의 몸과 정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몸과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고 맛을 즐길 정도만 먹으면 된다는 겁니다. 마침 식료품값도 오르고 있으니, 음식 소비를 좀 줄이면 어떨까요?

 

잔뜩 먹고 다이어트하느라 애쓰지 말고, 미리 먹는 양을 줄이면 어떨까요. 오늘 아침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 걸 보니 가을이 지척입니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에 어떻게 먹는 걸 줄이느냐고 하지

마십시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천고마비는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입니다. 사람은 살찌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 엥겔계수와 비만율이 함께 내려가는 가을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