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직선 위에서 떨다 (2010년 9월 5일)

divicom 2010. 9. 5. 13:59

"고운사 가는 길

산철쭉 만발한 벼랑 끝을

외나무다리 하나 건너간다

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나와

물 불어 계곡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목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문득, 발 밑의 격랑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스스로 떨지않는 직선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이 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던 거다"

                          --이영광의 시 '직선 위에서 떨다' 전문.

 

태풍 '곤파스'가 짧은 시간에 많은 상처를 남기고 달아난 후 잠깐 해를 보았더니,

또 다시 천둥이 치면서 비가 옵니다. 직선으로 내려 꽂히는 비를 보며 세상의

직선과 곡선을 생각합니다. 바로 앞에 직선 길을 두고 빙빙 돌아가는 곡선 인생들이

떠오릅니다. 직선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닙니다. "발 밑의 격랑"을

보며 떨면서, 자신을 떨게 하는 두려움에 단호히 맞서는 것, 그것이 직선의 삶입니다.

진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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