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사 가는 길
산철쭉 만발한 벼랑 끝을
외나무다리 하나 건너간다
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나와
물 불어 계곡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목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문득, 발 밑의 격랑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스스로 떨지않는 직선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이 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던 거다"
--이영광의 시 '직선 위에서 떨다' 전문.
태풍 '곤파스'가 짧은 시간에 많은 상처를 남기고 달아난 후 잠깐 해를 보았더니,
또 다시 천둥이 치면서 비가 옵니다. 직선으로 내려 꽂히는 비를 보며 세상의
직선과 곡선을 생각합니다. 바로 앞에 직선 길을 두고 빙빙 돌아가는 곡선 인생들이
떠오릅니다. 직선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닙니다. "발 밑의 격랑"을
보며 떨면서, 자신을 떨게 하는 두려움에 단호히 맞서는 것, 그것이 직선의 삶입니다.
진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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