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법정 스님이 돌아가신 날입니다.
이곳을 떠나신 지 꼭 12년.
그 12년 동안 이 나라엔 여러 가지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났는데, 그 중 하나는 공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른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지난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선거 유세 도중에도
공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는 인사가 여럿이더니,
어제 오전엔 선거 결과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던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읽다가
눈물을 흘려 브리핑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국민의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웃을 수 있는 건, 그 눈물과 웃음이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눈물과 웃음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것이라는 말은
어린아이에게나 해당됩니다. 성인들은 당연히 때와 장소를 가려
울고 웃어야 하며 특히 공직에 있는 사람이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입니다. 장례식장에서 절하는 사람의 구멍 난
양말을 보고도 웃지 않는 게 예의이고,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코끝이
빨개지도록 울지 않는 게 예의인 것과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에선 '솔직'을 인성의 으뜸으로 대우하는 일이
흔하고 감정의 발로를 '솔직함'으로 봐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아무 데서나 배설하는 것은 유치한 일이거나,
자기 중심주의적 태도, 또는 교양 부족을 뜻합니다.
앞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파안대소할 사람은
먼저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그 눈물이나 웃음이 국민의 공감을 일으킬지.
그리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홀로 흘리길 바랍니다.
12년 전 오늘 돌아가신 법정 스님...
불교도도 아니면서 스님의 기일을 기억하는 것은
그분이 스승 중 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부재가 일으키는 슬픔은 2010년 3월 11일과 같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겠습니다.
눈물값이 금값이 되는 날까지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게
스승에 대한 예의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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